책머리에 9
1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아우르는 글 13
‘현대성’으로부터
2 동양주의와 옥시덴탈리즘 사이│김환기의 전반기 그림 47
3 근원적인 세계를 향한 이상주의│권진규의 먼 시선 89
4 한국 앵포르멜 미술의 ‘또 다른’ 의미 135
‘한국적’ 현대미술을 향하여
5 단색화의 다색 맥락│젠더의 창으로 접근하기 203
6 단색화운동의 경쟁구도│박서보와 이우환 255
7 한국 극사실화의 ‘사실성’ 297
‘현대성’을 넘어서
8 김구림의 ‘해체’ 349
9 혼성공간으로서의 민중미술 399
10 한국 현대미술과 여성 457
11 윤석남의 ‘또 다른’ 미학 507
12 최정화의 플라스틱 기호학 561
참고문헌 609
찾아보기 627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identity를 밝힌 책.
한국 현대미술의 중심과 주변을 아우르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한국 현대미술을 연구하며 깨달은 ‘단순한 사실’을 밝힌다. “미술은 언어”이며 무엇보다 “미술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언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현대미술 또한 한국 현대미술이 무엇인지를, 즉 그 정체를 말하는 언어”다.
이때 한국 현대미술이 품고 있으며 또 스스로 드러내는 ‘정체’는 마치 살아 있는 생물의 ‘정체’와 같다. 끊임없이 변화하며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국 현대미술이라는 경계 안에 다양한 양식이 교차하고 충돌하며 그 경계 자체를 허무는 과정 자체가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는 그 정체를 정의하지 않는다. 정체는 매우 다양하고 유동적이라는 사실만을 드러낼 뿐이고 그렇기에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종의 ‘열린 질문’이고, 저자가 데리다의 ‘차연’ 개념을 인용한 이유다.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 찾기 ① : 한국의 현대사
이러한 정체 찾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한국의 현대사 자체다. 현대미술의 다양한 양식 외에도 사회적 요소가 한국 현대미술에 영향을 미쳤다. 가령 저자는 한국 현대미술의 중심을 차지한 단색화가 유신체제의 대응물이라고 설명한다.
소위 ‘한국적 모더니즘’으로 창안된 단색화는 ‘한국적 민주주의’를 지향한 유신체제의 예술적 대응물이다. 전통미술 및 그 예술관이 현대미술 및 그 이론과 만나는 단색화는 ‘한국적’이면서도 ‘모던한’ 미술이 될 수 있었으며, 따라서 당대가 요구한 [근대성을 담보한] 민족주의의 적절한 기호가 될 수 있었다. _ 212쪽
이처럼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정은 물론이고 좀더 본질적인 차원에서도 한국 현대미술은 현대사의 산물이다. 일제강점기와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늘 ‘하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