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개의 우정을 검증해보기로 하다
개는 인간의 좋은 친구다. 적어도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한다. 개는 가장 대표적인 가축화된 동물로서 사냥, 양 떼 몰기, 경호와 수색, 마약 탐지, 시각 장애인 안내 등 다양한 역할을 하며 인간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1만 4천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쌓아온 개와 인간의 우정은 공고해서, 세계 어디에나 개를 가족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눈뜨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주인을 졸졸 쫓아다니는 개의 모습을 보고도 그 우정과 사랑을 의심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명확하고 당연해 보이는 사실조차 실험으로 검증하는 것이 과학이 하는 일이다.
클라이브 D. L. 윈은 한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제포스를 만났다. 보호소의 작은 우리 안에서 떨고 있던 작은 강아지는 곧 개에 대한 저자의 태도를 뒤바꿔버렸다. 저자는 제포스와 가족이 되기 전부터 개를 연구해왔지만 개의 감정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이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과학 연구에서는 감상주의를 배제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는 냉정한 눈으로 개의 행동 원리를 밝혀내고자 했으며 인간과 맺는 관계의 바탕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고자 했다. 그러나 제포스를 만난 뒤 저자는 연구를 계속 해나가며 자신의 시각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꼬리를 흔드는 제포스의 몸짓을 의심의 눈으로 보던 그는 이제 개는 곧 사랑이라고 외치는 과학자가 되었다. 그 변화 과정을 여실히 드러내는 이 책을 읽다 보면 독자도 저자가 왜 그렇게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사랑, 개를 특별하게 만드는 힘
수많은 동물 중에서 하필 개가 인간의 가까운 친구로 있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엇이 개를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만들까? 어느 과학자들은 개를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 개의 인지능력에 있다고 말했다. 개가 유달리 똑똑하기 때문에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의 행동에 담긴 의미를 잘 알아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명제를 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