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의 대립을 통한 생각의 폭 넓히기
저자는 한 사안을 바라보는 상반된 두 관점을 번갈아 보여주며 선악 또는 흑백의 일도양단식으로 정리될 수 없는 미래의 낯선 문제들을 만나게 해준다. 예컨대 로봇세의 문제를 ‘필요하며 정당한 과세’라는 관점으로도, ‘과도한 징벌적 과세’의 관점으로도 만나게 되는데, 두 관점은 매우 상반되면서도 각기 설득력 있고 타당하는 게 드러난다. 바로 이런 충돌적 상황을 맞닥뜨려 판단을 요구받을 때, 자신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오는 여러 생각들에 대한 포용력과 유연한 사고는 자극된다.
이 책엔 현재에서 미래로 뻗어 있는 9개의 주제(잊힐 권리, 유전자 특허권, 동물실험, 자율주행차, 로봇세, 빅데이터, 유전자 조작, 우주개발, 가상현실가 담겨 있다. 예컨대 자율주행차와 유전자 조작의 경우를 보자.
지금 자동차업계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 아직은 자율주행차라 해도 만일을 대비한 동승 운전자가 있는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만약 완전한 자율주행차가 나온다면 어찌 될까? 그때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사고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사고 상황에서 자율주행차는 보행자와 운전자 중 누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까? 인명을 중시하는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는 있을까? 아니, 그 전에 그러한 윤리적 선택을 컴퓨터 프로그램에 맡겨버려도 되는 걸까?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가다 보면, 그저 기술의 발전을 찬양하기에는 그냥 넘어가기 힘든 문제들이 수다히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인명을 중시하는 윤리적 시스템 VS 기계에 인간을 맡기는 무책임’이라는 두 관점의 대립으로 자율주행차를 둘러싼 윤리적 딜레마를 생생하게 풀어 보여준다.
금단의 기술로 여겨지는 유전자 조작의 경우는 어떠한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라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유전자 염기서열을 원하는 대로 자르고 붙일 수 있게 되었다. 이 기술이 향후 더 발전한다면, 선천성 유전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수한 유전형질을 가지고 태어나도록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