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1. 상처 입은 영혼들
2. 전설의 곡계굴로 가다
3. 잠들지 못한 날들
4. 겨울밤은 깊어만 가고
5. 불타는 마을
6. 폭격 후, 살아남은 사람들
7. 겨울 산, 겨울 땅
8. 카메라를 든 미군들
9. 검은 들판에도 봄은 찾아왔다
10. 진수 형이 돌아왔다
나오며
1951년 1월 20일 오전 10시경, 충북 단양군 느티마을에 미군 전투기 네 대가 나타나 곡계굴에 소이탄(네이팜탄을 집중적으로 투하했습니다. 소이탄은 큰 드럼통에 석유 등을 넣어서 불을 붙이면 그 일대가 불길에 휩싸여 모든 걸 전멸시키는 무시무시한 폭탄입니다. 이 일로 300여 명의 사람이 사망했지만 이 일은 오랫동안 은폐되어 왔습니다. 그날 살아남은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마음 아프게 그날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려 왔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상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날 그곳에서 일어났던 일을 다시 바라보고, 그 일에 대해 생각하고, 그 일 다음에 일어났어야 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정희 선생님은 곡계굴에서 있었던 비극을 한 가족을 중심으로 풀어냈습니다. 전쟁은 아군과 적군으로만 나누어지는 게 아닙니다. 전쟁은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모든 걸 파괴해버리는 광기와 같은 것임을 곡계굴의 비극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분단국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과거는 현재와의 연결 고리입니다. 과거의 비극을 바로 알아야 미래의 평화를 지킬 수 있습니다.
책 속으로
형은 달빛에 서서 울부짖었다. 공포에 젖은 늑대처럼 울부짖었다. 진규는 그 울음소리를 기억해냈다. 마지막으로 늑대의 울부짖음을 보았던 날은 어머니의 시신을 곡계굴 옆에 있는 눈밭 위에 그냥 내버려 두었던 날이었다. 늑대뿐이 아니라, 그보다 먼저 개와 고양이들이 시신 주위를 맴돌았다. 그들을 쫓아내고 나니까 늑대가 어슬렁거리면서 시신들 주위를 맴돌았다. 그 굶주린 늑대의 울음소리가 떠오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형은 살육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상처뿐인 영광을 안고 돌아왔지만, 밤이면 한 마리 외로운 늑대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