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도심지 재개발의 일환으로 종로구 사직동 일대가 재개발되고 있다. 경희궁의 아침이니 파크 팰리스니 하는 미끈한 고층 빌딩들이 하나씩 둘씩 늘어간다. 문화재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세상에, 재개발로 생존을 위협받는 극빈자들이 수두룩한 세상에, 그럭저럭 먹고 살 걱정은 없는 사람들이 별 개성 없는 개량 한옥에서 사는 사직동의 재개발은 대중의 흥미를 끌 만한 이야깃거리가 되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2003년 4월 말 현재 사직동에는 3,420가구, 8,264명이 살고 있으며,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질 이 작은 동네의 골...
몇 년 전부터 도심지 재개발의 일환으로 종로구 사직동 일대가 재개발되고 있다. 경희궁의 아침이니 파크 팰리스니 하는 미끈한 고층 빌딩들이 하나씩 둘씩 늘어간다. 문화재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세상에, 재개발로 생존을 위협받는 극빈자들이 수두룩한 세상에, 그럭저럭 먹고 살 걱정은 없는 사람들이 별 개성 없는 개량 한옥에서 사는 사직동의 재개발은 대중의 흥미를 끌 만한 이야깃거리가 되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2003년 4월 말 현재 사직동에는 3,420가구, 8,264명이 살고 있으며,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질 이 작은 동네의 골목골목, 담이며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추억하며 그리워하게 될 아이들이 있다.
이 책은 사직동에서 삼십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그림 그리는 이와, 글을 쓰는 그의 친구가 뜻을 모아 사직동과 그곳에 사는 이들의 삶을 그림책으로 담아낸 것이다. 아직 재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이라 허구의 요소가 첨가되었지만,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는 대부분 실제로 존재한다.
다큐멘터리적인 사실감을 살리기 위하여, 그림은 실제 사직동 풍경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사진 촬영한 뒤에 연필과 수채화로 리터치 작업을 하였다. 사진이 주는 객관성과, 연필선과 수채화의 섬세함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주인공의 일인칭 서술로 이루어진 독백체의 글은 내밀하면서도 호소력 짙다. 절제된 감정으로 사라지는 시절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