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소녀와 거울 속 소녀의 이야기
『거울속으로』는 책을 거울처럼 만든 독특하고 매력적인 책이다. 책은 기다란 전신거울의 모양을 하고 있다. 표지부터 면지, 뒤표지까지 책 곳곳에 보이지 않는 거울이 숨어 있다. 이 책 속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궁금증을 갖게 한다. 본문을 펼치면 한 소녀가 외롭게 웅크리고 앉아 있다. 그런데 고개를 들어 보니 눈앞에 자기와 똑같이 생긴 아이가 놀란 듯 자기를 바라본다. 소녀는 거울 속 소녀를 몰래 훔쳐보다 흥미를 갖게 된다. 어느덧 거울 속 소녀를 보며 장난도 친다. 슬그머니 손을 잡고, 둘은 신나게 춤을 춘다. 둘 사이에서 데칼코마니로 찍어낸 듯한 나비가 서서히 커지더니 불꽃놀이처럼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두 소녀의 즐거움이 절정에 이르는 장면이다. 그러다 두 소녀가 책 가운데 부분으로 쏘옥 들어가서 사라져 버린다. 어, 두 소녀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다음 장에서 다시 등장하는 두 소녀, 하지만 이제 뭔가 이상하다. 두 소녀는 서로 다른 행동을 한다. 현실과 거울이라는 공간의 위치도 바뀐 듯하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결국, 토라진 소녀는 거울 속 친구를 밀어내 버린다. 이제 커다란 거울 앞에 선 당황한 자신의 모습만 남았다. 거울도 산산조각 나 버리고 소녀는 외로이 웅크리고 있는 처음의 모습 그대로이다. 소녀의 한바탕 꿈을 보고 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다시 깨어나 거울 속 또 다른 친구를 만날 것도 같다.
이 책은 그야말로 보는 사람의 연령과 관점, 정서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상상이 가능한 책이다. 신기한 거울의 특성과 이미지들에 관심을 보일 수도 있고, 두 소녀가 만들어가는 관계의 과정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고, 자아와 또 다른 자아와의 갈등이나 외로운 아이의 심리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글자와 배경 없이 등장인물의 이미지만으로 만들어 낸 작은 그림책 안에 이렇게 다양한 층위의 의미가 들어 있으니, 보고 또 보아도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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