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즉흥실험연주자이자 기획자로 활동해온 류한길의 강연을 싣고 있다. 음향학과 전기공학, 유사과학, 오컬트의 “어둡고 축축한 지식”을 자신 만의 방식으로 구성하는 저자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자연법칙들, 신화들, 윤리적 감각에 내재되어 있는 허구적 속성을 밝혀낸다. 그러나 이 책의 목적이 이러한 자연법칙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것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전통적으로 우리가 허구적인 것을 다뤄온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허구적인 것이 우리 사회 안에서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증폭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이를 위해 SF 작가인 러브크래프트부터 유진 태커, 마크 피셔, CCRU와 같은 철학자와 인문학자들을 가로지르며 이들이 제안한 방법론과 세계에 대한 관점 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을 전개해간다.
저자는 영화의 허구적 속성 때문에 존 카펜터 감독의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1987를 이 책의 주요한 텍스트로 삼았을 것인데, 비평가의 관점이 아니라 영화의 표면적 영역 아래에서 감독도 인식하지 못하는 텍스트적 영역을 ‘허구적으로’ 읽어내며 영화를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해 낸다.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강연, 언어나 사소한 사건들이 이 책에서 중요한 단서처럼 사용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저자의 흥미로운 사고의 실험은 자본주의와 정치, 종교의 영역까지 자유롭게 뻗어가며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