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17
Ⅰ 철학적·신학적 시각
혐오의 논리와 일인칭 시점: 동일성 지향을 바라보는 시선들 김남호
내 양 떼를 지키는 개 중에도 둘 만하지 못한 자들 권지성
혐오의 장소에서 만난 뜻밖의 환대 신숙구
Ⅱ 역사적·문화적 시각
모두에게 파괴였던 시간의 바깥 ―‘제주4.3사건’의 신학적 비망록 김진호
한국 기독교: 시민 종교와 정치 종교 사이에서 최종원
혐오와 한국 교회, 그리고 근본주의 배덕만
무엇을 위한 낙태 반대 운동인가? 이욱종
Ⅲ 실천적 시각
학력·학벌주의와 한국 교회 오제홍
혐오와 차별의 공간, 그리고 예수 김승환
‘맘충’ 혐오의 후기?근대적 의미 백소영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의 반대편에서 만나는 낯선 하느님 민김종훈/자캐오
아랍 난민을 향한 그리스도인의 자세 ―혐오와 차별을 넘어 포용과 환대로 한동희
교회 안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배제 김홍덕
어머니의 죽음, 어머니의 부활
―세월호 혐오 정서와 기독교의 자기 혐오, 그리고 비체非體/卑體 조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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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신학, 그 시작
역사를 더듬어보면 증오 또는 혐오는 역설적이게도 한국 개신교를 성장시킨 동력이었다. 누군가를 악이나 이단으로 낙인찍고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증오의 신학’(이 책에 실린 ?모두에게 파괴였던 시간의 바깥 ―‘제주4.3사건’의 신학적 비망록?에서 김진호 목사의 표현은 1945년의 해방 이후부터 한국 개신교 신앙의 바탕에 있었다. 해방 직후 형성되어 한국전쟁을 거치며 확고히 자리 잡은 증오의 대상은 물론 북한, 그리고 공산주의였다. 김진호 목사의 글은 그 증오가 불러낸 4.3 사건이 오늘에 이르도록 한국 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삶을 규정짓고 있는 질서의 기원을 이룬다고 본다. 그에 따르면 증오와 폭력이 구조화되고 폭력이 엉뚱한 상대에게 와전, 전가되며, 그래서 모두를 희생자이자 가해자로 만드는 사회 체제를 이루어낸 ‘초석적 사건’이 제주의 4.3사건이다. 이는 개신교에도 그러한데, 서북청년단으로 대표되는, 월남한 개신교인들이 그 사건에 적극적인 가해자로 가담함으로써 이후 한국 교회의 원형적 틀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최종원 교수의 ?한국 기독교: 시민 종교와 정치 종교 사이에서?는 저 초석적 사건 이후 교회와 국가가 반공, 반북이라는 지상명제를 떠받들고 공조해온 장구한 역사를 되살펴보는 글이다. 주류 개신교 교회는 그 자신이 감리교인이었던 이승만을 아낌없이 지지했고, 박정희, 전두환의 쿠데타도 다수 개신교 지도자들에게는 아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국가가 주도한 산업화의 흐름에 적극 순응하여 일부 개신교 교회들은 가히 놀라운 양적 성장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그 성장은 국가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정치 종교로의 변질이라는 호되게 비싼 대가를 치른 결과였다.
새로운 혐오 대상들의 등장
반공, 반북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한국 개신교회의 이념적 슬로건이다. 그러나 민주화의 진척 이후 교회가 증오 또는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은 상대의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