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1부 지옥고 아래 쪽방
1. ‘현대판 쪽방’ 고시원 사람들
2018년 11월 9일 국일고시원 화재 | 327호, 이명도, 64세 | 326호, 홍아무개, 59세
2. ‘비정한 도시’의 최저 주거 전선
단돈 만 원에 당신의 비참한 삶을 삽니다 | 살아서 들어가는 관棺, 쪽방 | 박씨의 쪽방
3. 쪽방촌의 빈곤 비즈니스
강씨 일가 | 벗어날 수 없는 쪽방의 굴레 | 쪽방에 산다는 것 | 누가 쪽방으로 돈을 버는가 | 쪽방촌 생태계의 축, 중간 관리인 | ‘지옥고 아래 쪽방’을 보도하다
4. ‘지옥고 아래 쪽방’ 그 후
쪽방촌에 배달된 신문 | 다시 만난 박씨
2부 대학가 신쪽방촌
1. 자전적 ‘주거 난민’ 이야기
20대의 나는 ‘주거 난민’이었다 | 역행하는 청년 주거빈곤
2. 대학가가 쪽방촌이 되고 있다
우체통과 계량기가 집에 대해 말해주는 것들 | 당신의 원룸은 ‘신쪽방’입니까 | 도심 속 섬, 사근동의 비밀 | 그들이 기숙사를 반대한 까닭 | 신쪽방 잠입 취재
3. 서울, 뜨내기들의 욕망 도시
사근동에서 온 답장 |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 청춘에게 더욱 비정한 도시 | ‘프로듀스 101’의 축소판, 서울
나오며
빈자들은 빈자끼리 서로 빈정거리고 멸시도 한다
이 책의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인물은 2018년 11월 9일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생존자다. 327호, 64세, 이명도씨는 화재 당시 창문으로 뛰어내려 살아남았다. 한겨울에 슬리퍼만 신고 어슬렁거리던 그는 묘한 적대감, 빈정댐, 툴툴거림으로 기자와 대면했다. 비록 고시원이지만 월세를 조금 더 내고 창문 달린 방에 살았던 그는, 7명의 사망자와 달리 그 3층 창문을 통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고시원 옆 건물 지하 다방에서 커피를 주문한 그는 “다른 기자들은 밥 한 끼 사주면서 이야기를 들려달라 한다”며 잿밥을 바라는 기색으로 저자를 쳐다봤다. 잇속에 밝은 이씨는 눈치 빠르게 상대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내놓는 가운데, 자신에 대해서는 희생자들과 다르다고 구분 지으며 ‘귀한 출신’임을 설파하려 했다.
“이래 봬도 젊었을 때 잘살았다고요. 종로 토박인데, 가세가 찌그러져서 고시원에 왔어요. 예전에는 테니스도 세 군데나 다니고 바다낚시도 가고. 올해는 여태껏 살아 있는 꽃게 한번을 못 먹었네.” 입맛을 쩝 다시다 말고, 그는 커피를 호로록 마셨다. 혈통 자랑이라도 하듯, 과시하면서 내뱉는 화려한 단어들은, 손톱 사이에 낀 검정 때와 대비되면서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가난한 이들이라고 해서 한가지 색깔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엄연히 출신이 다르고 계급이 다름을 드러내며 자기보다 더 가난한 이를 멸시한다. 이 책에 나오는 고시원, 쪽방촌 거주자들은 열심히 일할수록 더 가난해져 절망에 허덕이는 이들이 대다수다. 궁핍이 같은 처지의 어려움을 돌보게도 하지만, 없이 사는 이들의 마음을 더 척박하게 만들어 기회주의적 생존 전략을 취하게 만들기도 한다.
쪽방촌 여성 주거자들은 같은 계층의 남성들을 위협적인 존재로 여긴다. 폭염이 닥치는 여름에도 방문을 꼭꼭 잠근 채 열어두지 못하는 이유다.
돈 있는 자들은 중간 착취계층을 통한다
이 책을 집필하는 데 결정적인 중간 역할을 해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