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도시의 아이들이 흔히 그러하듯 제 아이들도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어요. 오랜 숙원 끝에 생후 2개월 된 몽이를 입양했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강아지를 실질적으로 돌보는 일은 엄마인 제 몫이 되었고 그렇게 몽이와의 동행은 시작됐어요"
"사진은 언제나 그렇듯이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게 만들어요. 사람보다 짧은 수명 탓에 반려동물을 먼저 보내야 하는 아픔도 있지요. 자녀들에겐 미리 죽움을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요"
pet(애완동물과 family(가족의 합성어인 펫팸족이란 신조어가 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도 이런 펫팸족이 늘어나는 추세로 핵가족화가 급증하면서 반려동물을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애완견이나 고양이를 반려동물이라고 했다면 이제 그 종류는 도마뱀, 햄스터 등 주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해지며 각자의 삶의 터전인 공간도 다층화되었다.
윤정미의 〈반려동물〉 사진집은 가족이란 울타리에 사람과 반려동물의 생활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동시대 가족과 주거 형태를 고스란히 담은 그의 사진은 주인의 취향과 성격을 반영하는 물건들을 비추면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한국사회의 가족 유형을 시각적으로 분류 시킨다. 〈핑크&블루 프로젝트〉를 통해 인물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의 관계성을 탐구한 작가로 알려진 윤정미는 이번 〈반려동물〉 시리즈를 통해서는 인간과 동물 간의 관계성을 도시 사회 생활이란 축소판 안으로 끌어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