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자연 재난인가 경제 문제인가?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적으로 창궐하고 있는 현상은 사실상 우리 시대의 두 가지 근본 위기를 표상하는 거대 증상인 ‘기후변화’의 가속과 ‘부의 불평등’의 심화가 구체적으로 표현된 하나의 삽화적 참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부의 불평등’은 흔히 인간 사회의 경제적 병폐의 일종으로 여겨지고 ‘기후변화’는 거의 어김없이 일종의 자연적 재난으로 치부된다. 그런데 작금의 미생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양상이 각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균열을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팬데믹 사태가 단순히 생명과학적인 자연 현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이른바 자연과 사회의 혼성물, 물질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의 혼성물임이 틀림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부의 불평등’과 ‘기후변화’ 역시 인간 세계와 비인간 세계의 혼성물이다.
인간-비인간 세계의 근본적인 접착제가 자본주의다
이 책의 저자 제이슨 W. 무어는 사회와 자연이 서로 떼어놓을 수 없게 얽혀서 하나의 관계적 전체, 무어의 표현을 빌리면 ‘생명의 그물’을 형성한다는 관계주의적인 전체론적 시각을 견지한다. 이로써 그는 데카르트에게서 비롯되는 사회/자연 혹은 인간/자연이라는 서양의 근대적 이항 구조를 전면적으로 거부면서 비근대적이고 생태적인 세계상을 제시한다.
최근 들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근대성 비판에서 이 책의 저자 제이슨 W. 무어가 기여하는 독특한 공헌은, 저자 자신이 이 책을 “냉정한 정치경제학에 철학이 약간 섞여 있는” 책으로 규정하는 대로, 세계역사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고찰을 통해서 현행 인간-비인간 세계의 근본적인 접착제가 자본주의임을 부각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무어는 현행 ‘기후변화’와 ‘부의 불평등’ 문제가 모두 1450년 이후로 개시된 자본 축적 과정의 필연적인 누적적 결과임을 실증하면서 우리 시대는 인류세보다는 오히려 자본세로 불려야 함이 마땅하다고 단언한다.
우리 시대는 인류세가 아니라 자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