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이란 첨탑에 맨주먹으로 도전한
광주석산고 학생들의 공동창작소설 『Emergency』
지난(至難한 작업 속에서 문학을 통해
의사라는 직업이 가진 삶의 가치를 이해하다
광주광역시 석산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과 학생들이 지난 2015년 여름부터 그해 겨울까지 머리를 맞대고 부지런히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 써낸 공동창작소설 『Emergency』(심미안 刊가 세상에 나왔다. 의학계 진로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뭉쳐 지성으로 촘촘히 엮어 낸 연구 보고서를 쓰지 않고 감성을 술술 풀어내 공동창작소설을 쓰기까지는 많은 역경과 고난이 있었다.
소설이라는 걸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도 없는 상태에서 주제와 가닥을 잡고, 맞춤법·문법·수사법 등을 공부하고, 각 장면에서 사용되는 전문지식을 찾고, 실감나는 장면 제시를 위해 몇 주간 토의하는 과정 속에서 7개월 동안의 모험이 진행되었다. 소설을 완성했을 때 학생들은 그저 끝났다는 생각에 안도와 기쁨으로 신이 난 상태였지만 이 또한 고난의 시작이었다는 것은 아무도 몰랐다. 이들의 결과물에 관심을 가진 광주교육청이 이 소설을 ‘책쓰기 사업’의 우수 사례로 선정하면서 교육부 출판비가 지원돼 실제로 책을 출간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다시 들여다본 소설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고쳐야 할 사항들로 가득한 문제집이었다. 제대로 출판하자는 일념 하나로 똘똘 뭉친 학생들은 ‘재집필’을 하기 시작했다. 개연성을 따지고 맞춤법을 검사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이들이 배운 건 창작의 고통뿐만이 아니다. 바로 자신들이 가고자 하는 의학계 중에서도 바로 의사라는 직업이 가진 가치와 삶에 대한 이해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임신중독증으로 아내를 잃은 의사 김현철의 외아들 김지성이 한 명의 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 낸 성장소설이다.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를 잃었고 의사라는 직업 탓에 바쁜 아버지와 대화도 좀처럼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