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HT 프로젝트, 인류가 처음 블랙홀 사진을 찍기까지
블랙홀은 예상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일반상대성이론의 예측대로 중력의 영향 때문에 빛은 고리 모양으로 밝게 빛나며 가운데는 어두운 블랙홀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도플러 효과로 인해 블랙홀을 둘러싼 플라스마가 회전하는 방향에 따라 우리에게 접근하는 아랫부분은 밝게, 멀어지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윗부분은 어둡게 보였다. 예측과 다르지 않았지만, 다르지 않아 더욱더 놀라웠다.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되는 그날까지도 볼 때마다 경이로움을 느꼈다. (182쪽
2019년 4월, 인류 최초로 찍은 블랙홀 그림자 사진이 공개되어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을 비롯한 전 세계 언론의 집중을 받았다. 지구 곳곳에 흩어진 망원경을 이어 ‘지구만 한 망원경’을 만든 신개념 EHT 프로젝트는 블랙홀의 진짜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중력파 발견에 이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순간이기도 했다. 블랙홀 사진이 퍼지자 ‘도넛, 고양이 눈, 사우론’ 등의 애칭이 붙었고, 순식간에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EHT 프로젝트는 은하 중심마다 있는 초대질량블랙홀을 직접 관측하려는 시도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블랙홀 가르강튀아의 화려한 빛의 띠는 이 연구를 바탕으로 구현한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데 흔히 볼 수 있는, 도넛 같은 사진 한 장이 왜 모두를 들뜨게 했을까? 블랙홀의 어디를 보고 일반상대성이론이 맞는지 틀렸는지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왜 전파 망원경으로 블랙홀을 관측해야 했을까? 간섭계는 무엇이고, 어떻게 지구만 한 망원경을 만든 것일까?《남극점에서 본 우주》는 이 역사적인 사진 한 장 뒤에 숨은 궁금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EHT 프로젝트팀 전원, 브레이크스루상 수상!
EHT 프로젝트와 BICEP팀의 연구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결과를 내기까지는 한두 명의 영웅이 아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노력이 있었다. 2019년 가을, EHT 프로젝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