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글
제1장 물질들의 역사
댈러스 타운레이크 / 욕조 속 누드 / ‘질료’의 역사성 / 물이라는 ‘질료’ / 서식처도 아니고 차고도 아닌 곳
제2장 공간
의례로 창조된 공간 / 플라톤의 모성적 공간 / 불도저로 밀어버린 공간 / 안팎이 없는 공간과 악몽
제3장 물
포착하기 힘든 물 / 물의 분할 / 물의 이중성 - 순수함과 청결함 / 레테의 강물로 씻다 / 회상이 모여 있는 므네모시네의 샘 / 수로와 문자가 고갈시킨 므네모시네
제4장 도시
안팎이 없이 흐른 로마의 물 / 하비가 주창한 ‘순환’의 개념 / 오물이 넘쳐나던 도시 / 도시가 풍기는 아우라 / 죽은 사람의 냄새 / 냄새 없는 도시라는 유토피아
제5장 냄새
기체로 판명된 미아스마 / 배변과 사생활 / 인종과 계층의 냄새 / 교육받은 코 - 부끄러움과 당황 / 향수로 지운 아우라
제6장 현대의 물
변기에 물을 사용하다 / 거름이 가득한 파리 / 오염된 런던 하수도 / 미국 가정의 수세식 화장실 / 미국 문화를 통합한 WC / ‘질료’의 회복
참고문헌
옮긴이 해설
■ 이반 일리치 후기 사상을 대표하는 저서
『H2O와 망각의 강』은 『ABC: 민중 지성의 알파벳화』(1988와 『텍스트의 포도밭에서』(1993 등과 함께 한층 깊고 원숙해진 일리치 후기 사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일리치는 1980년대를 거치며 그가 겨냥한 현대 제도와 끝없는 경제성장의 폐해가 수그러들기는커녕 더욱 심화되는 것을 보면서 꽤나 깊은 절망에 시달린 듯하다. “처음 창조된 모습에서 점점 멀어져 가공된 현실에서 살게 된 우리들의 무력함”을 한탄하며, “이 무력함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사라져버린 것을 애도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한 데서도 심경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애도의 마음으로 쓴, 일리치의 책들 가운데 가장 문학적이면서 철학적인 저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복원하려는 것은 인간의 오랜 삶을 형성하고 지탱해준 물질들의 역사다. 그 역사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인간 삶에 감춰진 의미가 하나하나 되살아난다. 고대 동서양의 의례와 신화 속의 상징들, 레테의 강물과 므네모시네의 샘,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의 공간 개념, 고대 로마인의 수로사업, 분뇨와 시신으로 인한 도시의 냄새, 근대의 화장실과 향수의 의미, 근대 의학이 정식화하고 화폐경제가 고안한 ‘순환’의 이념, 그리고 마침내 근대의 희소 자원으로 새로 ‘발명’된 H2O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소개하는 질료의 역사는 큰 흥미와 놀라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 탐구 속에는 시종일관 유지되는 문제의식이 있다. 근대 경제가 주장해온 ‘교환’과 ‘획일화’의 논리가 고대의 질료들에 배어있던 인간의 꿈을 훼손하고, 기계적이고 노예화된 삶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 댈러스의 인공호수에서 레테의 고대적 강물로
이 책은 저자가 미국 댈러스 시 중심부의 인공호수 건설을 둘러싼 논쟁을 접하고는, 현대의 물과 과거의 물이 가진 의미가 판이하게 달랐다는 것을 회고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댈러스 시가 호수를 채울 물로 재활용하자고 제안한 생활용수가 결국 변기 물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