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를 가진 자가 독식하는 디스토피아
『월요일의 마법사와 금요일의 살인자』는 가상의 사이트 위키드백과에 등재된 〈한국의 9등급 정보보호법〉이라는 문서로 시작한다. ‘해커 독스’라는 정체 모를 인물이 최종 수정한 것으로 되어 있는 이 글에 따르면, 20××년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가 없고, 마음대로 읽고 배울 권리도 없는 디스토피아다. 분기별 ‘등급 시험’을 통해 1등급부터 9등급까지 정보 등급이 부여되고, 등급이 높을수록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반면 등급 외 사람들은 글을 배울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신불가촉천민’으로 살아간다. 법이 시행된 지 10여 년 만에 정보 등급은 계급 고착화로 귀결되고, 인구의 5%에 불과한 7, 8, 9등급이 부의 95%를 소유하고 있다. ‘9등급 정보보호법’이 실행된 표면적인 이유는 가짜 뉴스와 혐오 표현 차단이지만, 진짜 목적은 5%의 특권을 공고히 하고 불평등을 눈가림하는 데 있음을 행간에서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소설은 지금 현재 우리 사회를 옭매고 있는 불평등과 부의 대물림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칼날을 겨눈다. ‘흙수저’라는 자괴적인 표현으로 대변되는 오늘의 상황은 본질적으로는 이 소설 속의 미래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저자는 머지않은 미래, 우리 사회를 덮친 디스토피아를 통해 오늘의 불평등을 하루빨리 개혁하라고 촉구한다. 아울러 자유롭게 읽고 쓴다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그리고 표현의 자유와 책임 사이에서 어떻게 무게중심을 잡아야 할 것인지 생각할 거리를 안겨 준다.
§ 인류의 지식은 모든 인류의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홀로 소유할 수 없고 가둘 수 없으며 값을 매길 수 없다. 생각을 댐 안에 가두면 장고 끝의 죽음뿐이다. 난생은 제 부리와 발톱으로 껍질을 깨지만 인간은 누군가 그 막을 찢어 주어야 하는 태생이니 우리가 서로의 허물을 벗겨 줘야 할 충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멍게가 아니냐. 정착하여 자신의 뇌를 먹이로 쓰며 생을 갉아먹는 그 멍게와 무엇이 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