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로나19 시대에, 한국사회에서는 ‘종교의 위기’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사태 초기에 특정 교단의 문제로 치부되었으나 그 파도가 잠잠해질 즈음, 종교의 행태 자체가 코로나19의 확산의 거점으로 작동하는 현실에서 종교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의문이 한 번 제기되자, 그동안 잠복되었던 종교에 대한 질문들이 속속 발언권을 높여 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탈종교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던 상황에서, 그 질문들은 급속하게 회의론을 확장시키고 ‘평화 구축’ ‘심리 안정’ ‘폭력 완화’ 같은 종교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종교 위기의 시발점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누적되어 온 위기가 임계점을 넘어서는 상징적인 사건일 뿐이다. 사회의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종교 또한 코로나19 이전 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전망은, 새삼스레 되뇔 필요가 없는 말이 되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비대면이 권장되는 시대에 만남의 소중함이 재발견되는 것처럼, 종교의 위기가 노골화되고, 종교로 인한 폭력이 적나라해지고, 종교를 빙자한 ‘비종교-반종교적 행태’가 누구에게나 포착되고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시대에 다시 종교의 자리가 요청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산업-자본주의-물질 중심 문명, 기후위기가 낳은 것이고, 그것을 매개한 것은 개발과 성장, 욕망과 소비 중심의 우리 삶이다. 그 안에서 독버섯처럼 자란 (많은 부분 ‘교단/제도 종교’가 야기하는 혐오와 배제가 팽대해지는 지금이야말로 종교 본연의 영성, 믿음 본래의 심성, 평화 지향의 감성이 요청되는 것이다.
2.
지금은 확실히 ‘종교가 앞장서서, 성직자의 권위로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그보다는 ‘종교를 재발견하고, 재조명하고, 재해석하여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시대이다. 종교가 세계와 인간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종교를 재구축함으로써 스스로를 구원하는 시대이다.
이 책 ??지속적 폭력과 간헐적 평화: 그 역전을 위한 종교적 대화??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