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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난치의 상상력 : 질병과 장애, 그 경계를 살아가는 청년의 한국 사회 관찰기
저자 안희제
출판사 동녘
출판일 2020-08-10
정가 16,000원
ISBN 9788972979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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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설명
들어가는 말

1. 경계 밖으로 밀려나다
- 아픈 청춘입니다만, 살아 있습니다.
- 나는 나를 의심한다.
- ‘점’이 아니라 ‘선’
- 환우患友 가족의 탄생
- 아플 걸 알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덜’ 장애인? ‘조금 더’ 장애인?

2. 금을 밟다
- 어느 정도 장애인이세요?
- 휠체어가 필요한 순간
- 취준생의 자격
- 누구도 해치지 않는 말하기
- 텍무새가 떴다!
- 신경 노동
- 인권은____아니다

3. 선을 응시하다
- ‘착한’ 기업은 충분한가
- ‘쓰레기’의 욕망
- 연극이 끝나고 난 뒤
- ‘환자’ 대통령을 상상하다
- 타인의 몸을 의심할 권리?
- 당신의 시선은 결백한가
- 해명은 없다

4. 틈을 넓히다
- 병사病死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 죽음은 더 낮은 곳으로 간다
- 우리가 같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 바이러스는 어떻게 질병이 되는가
- 역병이라는 스펙타클
- 우리는 치료되지 않는다

5. 경계 위를 살다
- “안 아파 보이는 나를 용서해줘”
- 나를 위해 울지 마
- 내 몸이 의학의 한계이다
- 식물 같은 일상
- 약해지기 위해 쓴다
- 아픈 몸들이 함께 이야기한다면

6. 부록
아픈 대학생이 알려주는
- 이메일 쓰는 법
- 조별 과제 대처법
- 잘 먹고 잘 쉬는 법
질병과 장애, 청춘과 나이듦, 정상과 비정상
이분법의 폭력을 깨부수는 새로운 경계인의 탄생!

가장 찬란해야 할 스무 살의 여름, 저자는 발음조차 낯선 크론병을 진단받는다. 면역계가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과잉 면역 반응을 일으켜 소화기의 입구부터 출구까지 염증이 생기는 희귀병이었다. 평범한 일상이 무너졌다.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밥을 먹는 날이 늘었고 수시로 몰려오는 통증에 조퇴와 결석을 반복해야 했다. 고통스러운 수술, 지리멸렬한 요양, 그리고 외로움이 스무 살의 전부였다.
그러나 아픔은 자주 묵살되었다. 사람들은 휠체어 같은 보장구를 하지도,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는 저자의 몸을 비장애인의 몸과 동일시했다.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저자에게 엄청난 양의 물을 마시기를 강요하거나 군 면제를 받은 저자를 건강한데 군대까지 안 가는 ‘신의 아들’이라며 비아냥댔다.
정체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저자가 오래 일했던 장애인권동아리의 회장으로 출마한 날, 저자는 ‘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동료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야 했다. 사람들은 저자를 장애인 옆에서는 ‘비장애인’으로, 비장애인 옆에서는 ‘장애인’으로 변덕스럽게 취급했다. 한 노인으로부터 ‘젊으니 금방 나을 것’이라는 무례한 훈수를 듣거나 상대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자신이 사실은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걸 설득해야 했다. 청춘이지만 청춘이 아니고, 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몸, 멀쩡한 면역 수치를 억지로 낮춰야 하는 비정상의 몸.
이 책은 사회가 정의한 어느 곳에도 들어맞지 않는 그 몸에서 비롯했다. 저자는 명확한 소속이 없는 스스로를 ‘경계인’이라 말한다. 질병과 장애, 청춘을 응시하는 저자만의 독특한 사유는 사회가 휘두르는 이분법의 횡포 사이, 그 좁은 틈을 비집고 태어났다.
1장은 질병이 저자에게 불행이었던 이유를 추적한다. 이를 위해 건강했던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사람들은 아프면 불행할 것이라고 쉽게 치부하지만 질병이 불행인 데에는 이유가 필요하다. 저자는 편견의 바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