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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할매의 탄생 - 우록리 할매들의 분투하는 생애 구술사
저자 최현숙
출판사 (주글항아리
출판일 2019-06-17
정가 19,800원
ISBN 9788967356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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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첫 번째 삶: "내 살은 거를 우예 다 말로 합니꺼"-조순이(대촌댁, 1937년생
두 번째 삶: "나 살아온 거야 좋지도 안 하고 나쁘지도 안 하지 뭐"-유옥란(안동댁, 1942년생
세 번째 삶: "글씨는 머리로 안 드가고, 베 짜는 거만 머리로 드가고"-이태경(각골댁, 1935년생
네 번째 삶: "나는 담배 따는 기계였지만 이젠 편케 생각한다"-김효실, 1954년생
다섯 번째 삶: "죽은 사람은 죽어도 산 사람은 모를 숨궈야 하는 거라"-곽판이(창녕댁, 1928년생
여섯 번째 삶: "허리 주저앉으면 맘도 주저앉는 기라"-임혜순(수점댁, 1942년생
부록: 1. 이름은 붙이지 않기로 한 그녀들의 말
2. "여자 일생이라는 게 사람 사는 게 아니지"-김성진의 우록리 이야기
에필로그: 기억과 말을 들여다보기
올개는 밭에 별로 안 숭굴 거라예

"내 살은 거는 마 고생한 거 말고 없어예. 모내기해가 이삭 올라오마, 어떤 해는 그 이쁜 걸 물이 확 쓸어가뿟고 이삭이 시꺼멓게 썩어들어가는 거라. 어떤 해는 잘 자라가 대가리를 숙일마 해가 통통하이 그래 이뿐데, 또 홍수가 나가 꼬꾸라지고. 그래 쓸어가뿌마 나중에 벼가 말라도 아무것도 건질 기 없는 거라."
- 조순이 할매

자식들의 탈농과 성공을 위해 평생을 노동으로 일군 할머니들의 삶은 가부장적 환경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노동이란 그들에게 자부심이자 정체성,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것이었다. 그러는 한편 자식을 먹이고 가르치는 보람으로 그 고된 노동을 견디며 살아온 할머니들에게 "정신없이 씽씽 변하는 세상"은 야속하게도 상실감의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사회의 변화는 농촌의 모습을 도시보다 더 빠르게 바꾸고 있다. "아아들 우는 소리조차 듣기 힘든" 농촌에서 노인들의 평생 노동은 자본의 힘에 눌려 그 가치가 절하되어간다. 일생의 결과이자 자부심인 땅이 돈 몇 푼에 거래되는 현실과 성공할수록 찾아오지 않는 자손을 기다리며 그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회와 격리된다. 우울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한 할머니에게 저자는 "자식들도 다 잘하는데 왜 아픈 걸까요" 하고 묻는다.

"자꾸 아프이께네 이리 살아가 뭐하나 싶고, 살아왔는 기 허프고 허전코 그렇다 카이. 몸이나 안 아프마 어디 훨훨 내 맘대로 나다녔으면 싶고. 넘이 들으마 다 그러고 사는 걸 그런 거 갖고 그러냐 카지만도, 내는 마 사는 재미가 없어예. 아아들 잘 사는 건 좋지만도 거는 마 지들 일이고, 내랑은 지네랑은 다른 거지예. 다행은 다행이지만도, 그기 내 사는 재미는 아니지예."
- 임혜순 할매

그럼에도 할머니들은 올해도 "콩 쪼매 숭구고, 들깨 쪼매 숭구고, 상추, 배치도 좀 숭구"며 살아간다. 꼬부라진 허리와 망가진 무릎으로 밭을 매는 할머니들의 터전이 자식들 사회에서는 별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