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 그림과 철학, 그리고 인생 5
01 프로이트와 다빈치, 달리 11
02 니체와 표현주의 41
03 하이데거와 반 고흐 71
04 퐁티와 세잔 93
05 푸코와 벨라스케스, 마네, 마그리트 123
06 들뢰즈와 베이컨 163
07 짐멜과 렘브란트 193
08 포스트모던과 워홀 225
09 아도르노와 피카소 259
10 벤야민과 클레 285
아는 만큼만 보이는 그림, 세상, 그리고 인생
전문가가 아니라면 누구에게나 처음 보는 그림은 낯설고, 알 수 없고, 안으로 들어가기를 거절당한 듯한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풍경화나 인물화처럼 구체적인 대상을 화폭에 옮긴 그림에서도 거기 숨은 기법이나 역사, 개념적 사실들을 찾아내기 쉽지 않지만, 현대 미술로 넘어오면 상황은 더욱 난감해진다. 그래서 많은 이가 그림을 잘 설명해주는 도슨트나 해설가,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많은 철학자가 그림과 실제로 마주하기 전에 갖추는 어떤 사전 지식이나 품게 되는 어떤 선입견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 낯선 대상이 전하는 어떤 것, 물감으로 얼룩진 표면이 아니라 그 안에서부터 드러나는 느낌과 생각과 힘이 바로 그 그림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세상도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던가. 처음 만난 세상은 낯설고, 무섭고, 이해할 수 없지만 살아가면서 하나하나 깨닫고 익숙해지고 그 의미를 알아가게 되지 않던가. 철학자인 저자는 이처럼 인류의 문화유산이 된 명작들을 대상으로 철학사의 대표적인 철학자들이 시도했던 그들만의 해석을 차근차근 들려준다. 그렇게 독자들은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림과 철학의 수수께끼가 놀랍도록 수월하게 풀렸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본문 중에서
그림과 철학의 만남은 어떻게 이뤄질까? 이와 관련해 단서가 될 만한 하 나의 대답이 있다. 아도르노는 「철학의 현재성」이라는 짧은 글에서 “철학은 고집스럽게 진리를 요구하고, 동시에 해석을 위한 확실한 열쇠가 없어도 해석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 철학이 읽어내야 하는 텍스트는 불안전하며 모순적이며 파편적이다.”라고 적었다. 철학과 그림이 만나는 방식은 불가피하게 ‘해석’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철학이 어떤 그림을 완전히 해석하기는 불가능하다. 아도르노는 바로 그런 의미에서 철학에 ‘확실한 열쇠’가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철학은 그림 읽기를 ‘시도’하는 미학적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고, 이것이 바로 그림을 보는 철학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