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1. “어쩌면 이뤄져선 안 될 발굴이었죠”-경주 황남대총 발굴
2. 무한의 공간에서 수십 년간 계속되는 발굴-경주 월지(안압지 유적
3. 백제사의 해석을 바꿔놓은 동아시아 최대의 석탑-미륵사지 서석탑 사리장엄구
4. 도시 유적 발굴이 중요하다-세종시 나성동 백제 도시 유적
5. 산성 발굴로 추적하는 세력 다툼-아차산 고구려 보루
6. 가야의 위상을 둘러싼 계속되는 논쟁-김해 대성동 고분
7. 수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고고 발굴-백제금동대향로
8. 고건축학자, 경주 발굴에서 빛을 발하다-경주 황룡사터
9. 빈례에 대한 역사 기록을 밝히다-공주 정지산 유적
10. 왕궁 사람들의 뒷간은 어땠을까-익산 왕궁리 백제 유적
11. 백제 최후의 결전이 남긴 유물들을 둘러싼 해석-공주 공산성 유적
12. 수천 개의 토기 조각을 이어가며 복원하다-서울 몽촌토성 발굴
13. 선사고고학의 포문을 연 주먹도끼-연천 전곡리 구석기 유적
14. 발굴 기술을 섭렵할 때까지 발굴을 보류하다-광주 신창동 유적
15. 문자와 잉여 생산물과 국가의 탄생을 알려주는 발굴 현장-창원 다호리 유적
16. 곡물 흔적이 깨뜨린 한반도 전파설-여주 흔암리 유적
17. 화장실 고고학과 실험 고고학의 현장-창녕 비봉리 유적
18. 가야사 연구의 돌파구를 마련하다-고령 지산동 대가야 고분
19. 산성 유적이 밝히는 삼국시대의 전쟁-하남 이성산성
20. 발해의 비밀을 풀 실마리들-연해주 콕샤롭카 유적
살벌하고 집요한 발굴 현장
지하수에 침수된 목관을 건지기 위해 맹추위에 언 손으로 물을 퍼내고, 로프에 의지해 깜깜한 우물로 들어가고, 목선의 나무 판이 상할까봐 한 시간에 걸쳐 맨손으로 개흙을 파내고, 포항제철을 찾아가 100톤짜리 크레인을 빌려달라 요청하고……. 『국보를 캐는 사람들』 속 고고 발굴자들은 유물을 온전히 건질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오랫동안 땅속에 있던 유물은 갑작스럽게 외부 공기에 노출되면 훼손될 가능성이 크고, 작은 자극에도 부서질 우려가 있기에 발굴 현장에는 늘 긴장감이 맴돌 수밖에 없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이러한 긴박하고 역동적인 발굴의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것. “두 번째 심주석을 크레인으로 들어올린 순간 배병선과 연구원들은 저절로 ‘동작 그만’이 되었다. 살짝 벌어진 심주석 틈 사이로 1370년 동안 갇혀 있던 사리장엄구가 은은한 황금빛을 발하고 있었던 것이다”라는 구절에서는 읽는 이도 잠시 숨을 멎게 된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유물들도 수차례의 외침 속에서 적잖이 분실되거나 소실되었지만, 고대 문화의 경우 터만 남아 있거나 혹은 터가 어디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숱하다. 고고학자의 역할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발굴 운運’이라는 말이 고고학계에 있는 것도 이러한 연유일 것이다. 그 ‘운’은 운명처럼 주어지기도 하고, 몇십 년에 걸친 끈질긴 조사와 답사를 통해 얻어지기도 한다. 때로는 신비롭고 아찔하며 때로는 안타까운 유물과의 인연은 복합적인 감정을 더한다.
유물이 있을 법한 장소를 유추하는 일, 유물의 학술적 의미를 분석하는 일은 역사적 지식을 지닌 고고학자들의 몫이지만, 유물 훼손을 최소화하는 발굴 방법과 보존 방법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누구 못지않게 중요하다. 따라서 발굴 현장은 역사학자뿐 아니라 건축공학자, 금속공학자, 화학자, 동?식물 고고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아우른다. 그 엄청난 협업 아래 보통 사람의 눈에는 그저 나무막대기이거나 돌멩이일 뿐인 유물들이 무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