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_ 최랑에게서 조선의 여성을 다시 본다
흐름도_ 최랑과 이생이 만나고 헤어지고
함께 읽는 사람들
01. 이생, 담장 너머로 최랑을 엿보다
02. 최랑, 이생에게 마음을 건네다
03. 소녀, 소년을 만나다
04. 소년, 소녀의 방에 들어가다
05. 봄·여름·가을·겨울, 시간은 맞물려 흐르고
06. 찢겨진 사랑, 부부의 연으로 이어지다
07. 또 다시 찾아온 갑작스런 이별은?
08. 이생, 두문불출하고 사랑에 탐닉하다
09. 이승에서 저승까지 이어진 영원한 사랑
〈이생규장전〉 원문 / 독서토론을 위한 질문 / 덧붙이는 글_ 조선 여인들에 대한 오해
김시습과 그의 시대 연보 / 참고문헌
‘최랑’의 주체적인 삶 ... 단테 《신곡》의 ‘베아트리체’처럼
김시습은 소설 첫 대목에, 이생이 ‘버드나무 아래에서 쉬다가 어느 날 담 안을 슬쩍 들여다보았다’고 적는다. 이생이 최랑이 사는 별당을 엿본 것으로 제목 <이생규장전(이생이 담 안을 엿보다>의 풀이이기도 하다. 그런데 바로 이은 최랑의 시에서 ‘길 가는 저 도련님 뉘 집 도련님인가? … 구슬 드리운 발 걷어차고 담장 넘어갈거나.’라며 담장 안을 엿보는 이생보다 ‘담장 밖으로 뛰어넘어 가겠다’는 최랑의 적극성이 돋보인다. 책은 이런 최랑의 주체성, 적극성에 초점을 두고 해석한다.
사랑도 최랑이 이생을 리드한다. ‘의심치 말길, 어두워지면 만나리’(46쪽, ‘꾸지람은 제가 감당하겠습니다’(52쪽, ‘함께 정분을 맺도록 합시다’(62쪽 등 최랑은 직진이다. 반면 이생은 ‘좋은 인연인가 안 좋은 인연인가’(42쪽라며 망설이고, ‘이 봄소식 새 나가면’(49쪽이라고 눈치 보고, ‘잘못 들어온 무릉도원’(55쪽, ‘앵무새 알게 하지 마오’(56쪽라고 자책한다.
최랑과 이생이 나누는 시와 상황 묘사를 꼼꼼하게 살핀 세 친구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사랑에 이르는 두 인물의 태도를 인생관까지 확장하여 해석해 볼 수 있다.
최랑과 이생은 세 번 헤어진다. 이생이 아버지의 꾸지람을 듣고 언질도 없이 시골로 쫒겨 갔다. 반면, 최랑은 식음을 전폐하고 부모에 호소하여 이생과의 인연을 허락받고 마침내 혼인에 이른다. 책은 최랑이 부모로 표현되는 전통 사회의 관념을 극복하는 데 주도적이였다고 해석한다.
두 번째 헤어짐은 최랑이 겁탈하려는 홍건적의 잔당에 맞서다 죽임을 당한다. 개인과 한 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전쟁이자 재난이다. 최랑은 후일 ‘하늘로부터 받은 인격의 자연스러움을 따랐기에 가능했’(134쪽다고 이생에게 전한다. 책은 남편에게 종속되어 있다는 의미인 ‘정조’ 때문이란 기존의 해석을 넘어서, 최랑이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고자 죽음에 맞섰다고 해석한다. 귀신이 되어서도 최랑은 적극적이다.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