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조찬식 선생께서는 단순히 한자에 대한 뜻풀이로 그치지 않고, 한자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격물 코너를 따로 넣어, 독자로 하여금 한자 공부는 물론 인생 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총 105개에 이르는 ‘격물(格物’만 따로 묶는다면 웬만한 단행본 한두 권쯤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가령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이와 관련해서 ‘팬데믹’이니 ‘사회적 거리두기’니 하는 용어가 새롭게 등장했는데, 『기초한자 인수분해 수업』을 읽으면 관련된 한자는 물론 자연스럽게 그 연원까지 알게 된다. 책에는 이렇게 나온다.
(팬데믹 관련
『설문』에서는 “역(疫, 백성이 모두 병[疾]에 걸리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현대 의학 용어를 빈다면 급성 전염병이겠습니다. 염병(染病입니다. 염병은 장티프스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지만, 전염병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요즈음은 욕설처럼 들려 함부로 쓰기 어려운 말이 되었습니다.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 흔히 ‘Democracy’를 풀어서 이야기합니다. 데모스(Demos는 그리스어로 ‘사람’이고 크라티아(Cratia는 ‘지배’를 뜻한다고 말이죠. 영어에 유행성 질병을 가리키는 말로 ‘에피데믹(Epidemic’과 ‘팬데믹(Pandemic’이 있습니다. 사람들[Demos] 사이에 퍼지는 것은 같습니다. 차이는 범위입니다. 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은 에피데믹이고, 한 나라 전체나 세계로 번지는 것은 팬데믹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질병이 전 세계로 확산된[Pandemic] 상태를 최고 수준인 6단계로 분류해 관리합니다. 교통수단이 발달하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각종 질병이 팬데믹한 상태로 번지곤 합니다.
옛날에는 귀신 즉, 역귀(疫鬼가 병을 일으킨다고 여겼습니다. 향가 「처용가(處容歌」에도 역신(疫神이 나옵니다. 이 역신은 처용의 관대함에 감탄해 문에 처용을 그린 그림을 보면 그 집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지요. 역병(疫病은 집단적으로 생기는 전염병을 말하고, 역질(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