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수 말하되, 저도 이제 그럴 나이가 됐잖습니까?
이제 막 중2가 된 주인공 ‘범수’는 얼마 전부터 등교할 때 운동화 대신 빨간색 형광 ‘쓰레빠’를 신고 다닌다. 범수의 엄마가 이유를 묻자, 범수는 대답한다. “어머니, 혹시 전족이라고 아십니까?”(16면 “지금껏 잘만 신고 다니던 운동화가”(17면 전족 같아졌다는 범수의 변화는 이뿐만 아니다. 도덕 시간에 스치듯 들은 위대한 철학자 칸트의 습관을 따라해 보기 시작한 것이다. 범수는 점심시간마다 ‘쓰레빠’와 함께 산책하며 사색의 늪에 빠지고, 이 깊이 있는 감정을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니 밀려오는 고독과 은근한 뿌듯함을 막을 수가 없다. 범수는 이번에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의 질문에 대답한다. “아, 그야 알을 깨고 나왔다고 할까요. 저도 이제 그럴 나이가 됐잖습니까?”(17면
충격을 받은 듯, 다녀왔다는 인사도 받지 않고, 저녁도 대충 차려 주고, 안방에서 꼼짝도 안 하는 어머니께는 죄송하지만, 어쩌겠는가. 알은 깨졌고, 전족은 벗겨졌도다.
―20면
그러던 중 엄마의 동창 ‘연희 아줌마’가 범수에게 결혼식 축사를 부탁하고, 엄마는 범수의 허세 섞인 축사가 친구 ‘미숙’에게 웃음거리가 될까 안절부절못한다. “삶이 나를 온종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으리라”(47면고 중얼거리며 마이크를 잡은 범수. 온 정신을 알과 전족, 그리고 사색과 산책에 빼앗긴 범수는 어떤 축사를 준비했을까? 범수는 축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원래 다 허세에서 시작하는 거 아닌가요
세상 모든 ‘범수’의 사색을 지지합니다
청소년이 자신의 세계를 갑작스레 확장할 때, 사람들은 종종 그것을 ‘중2병’이라고 부른다. 당연한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가, 작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행동이 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범수 가라사대』의 범수는 자신의 변화를 당당하게 드러내고 “저는 중2병이 아니”(32면라고 외치는 청소년이다. 신여랑 작가는 이제 막 성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