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2015년 ‘메갈리안’ 등장 이후, 일주일에 한 권씩 여성학 관련서들이 출간되고 있다. 25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여성주의 주변에 있던 사람으로서 놀랍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눈길이 가는 책이 있다. 거칠게 분류하면,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내 심정을 대변하는 경우가 있고, 간절한 마음으로 모든 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 있다.
마리 루티의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는 후자다.
과학자든 정치가든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의 언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
2015년 ‘메갈리안’ 등장 이후, 일주일에 한 권씩 여성학 관련서들이 출간되고 있다. 25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여성주의 주변에 있던 사람으로서 놀랍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눈길이 가는 책이 있다. 거칠게 분류하면,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내 심정을 대변하는 경우가 있고, 간절한 마음으로 모든 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 있다.
마리 루티의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는 후자다.
과학자든 정치가든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의 언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직도 이런 상식이 필요한 학자들이 떼 지어 있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진화심리학자들이 그렇다. 그들은 가장 사회적인 구성물을 자연의 법칙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자연의 법칙은 없다. 자연의 법칙이라고 간주되는 인간의 사고방식이 있을 뿐이다. 문제는 언제나 무엇을 자연이라고 보는가, 자연의 범주는 누가 정하는가이다. 그것이 권력이고 지식이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지만 ‘올바른 길’은 있다. 더구나 그 ‘올바른’ 길이 ‘빠른 길’이라면, 한번 가볼만 하지 않을까. 지식이 구성되는 과정을 아는 것이다.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는 과학이나 성차별에 국한되는 책이 아니다. 지식이 만들어지는 앎의 원리를 일깨운다. ‘지적 대화를 위한 깊고 넓은 지식’을 원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