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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전쟁과 농업 : 먹거리와 농업을 통해 본 현대 문명의 그림자
저자 후지하라 다쓰시
출판사 도서출판따비
출판일 2020-08-20
정가 14,000원
ISBN 9788998439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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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서문 6

머리말 10

제1강 | 농업 기술로 본 20세기 18
농업을 바꾼 분업화 19 / 인구 증가를 가능케 한 네 가지 기술 23 / 농업의 양상을 바꾼 트랙터의 매력 26 / 화학비료가 등장하기 전 32 / 공중 질소 고정의 공업화 35 / 비료 회사와 미나마타병 38 / 농약의 발달과 피해 42 / 유전자조작 기술 45

제2강 | 폭력의 기술로 본 20세기 52
1차 세계대전의 충격 53 / 식량이 무기가 되다 58 / 트랙터가 탱크로, 화학비료가 화약으로 61 / 살상 감각의 변화 67 / 독가스에서 농약으로 69 / 지배자의 살해 감각 72 / 식물 공장과 원자력발전 74 / 농업에도 무기에도 사용할 수 있는 기술 78

제3강 | 기아로 본 20세기 정치 84
‘암흑의 대륙’ 유럽 85 / 콩고, 런던, 도쿄 88 / 배제가 전제된 민주주의 92 / 나치의 선민적 기아 계획 99 / 레닌그라드 봉쇄와 포로의 기아 103 / 굶주림 없는 민중의 민주주의 109 / ‘병참’을 등한시한 일본군 116 / 토론보다 행동 118 / 재상의 원점 122 / 즉흥성과 즉효성 127

제4강 | 먹거리의 종언 130
먹거리 사건 파일 131 / 식품 안전 문제의 근원 133 / 모래시계의 잘록한 부분 137 / 패스트푸드의 고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141 / 세계 음식물 폐기의 동향 144

제5강 | 먹거리와 농업의 재정의 150
어디까지가 먹는 행위인가 151 / 도기와 도기 사이 156 / 지렁이처럼 살다 159 / 발효 혁명의 기본 이념 164 / ‘가베’와 ‘밭’ 그리고 ‘공육’ 169 / 학문의 근원으로서 조리 174 / 일본 농업의 위기와 지방의 창조성 179 / ‘기르기’의 정의 185

제6강 | 강의를 마치며 188
즉효성과 지효성 189 / 일할 시간을 아껴서 먹다 193 / 몇 가지의 실천을 향해 197

후기 204

참고문헌 211
농업과 전쟁이 공유하는 기술

농경을 시작한 신석기 이래 농사는 인류를 먹여 살리는 근본이자 부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불안정한 수확량과 고된 노동 때문에 농민들이 고통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농사일의 고됨을 줄여주고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기술이 하나하나 농업에 도입되었다.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건조기, 도정기 등 많은 농기계가 등장해 농사일의 대부분을 떠맡게 되었고, 화학비료가 거름을 대체했으며, 농약이 등장해 해충 구제와 잡초 제거를 해결했다. 그런데 이런 농업의 기술은 전쟁에서 활약하게 되었다. 트랙터의 캐터필러는 탱크에 장착되어 전장을 누볐고, 화학비료 생산의 핵심 기술인 공중 질소 고정법은 화약 제조에 사용되며 기관총의 사용을 가능케 했다. 거꾸로, 전쟁의 산물이 농업으로 옮겨 온 사례도 있었으니, 1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되다가 그 가공할 살상력에 사용 금지돼 남은 독가스는 이후 농약으로 쓸모를 바꾸었다.
이와 같은 듀얼유스Dual Use(군사 기술과 민생 기술의 이중 사용가 가능했던 것은, 현대 농업과 전쟁이 대량화?무차별성이라는 기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트랙터가 그 바퀴 아래 익충이 있든 작은 생물들이 살든 가리지 않고 밟고 지나가듯, 탱크에 탄 군사는 사람을 죽인다는 감각을 가지지 않은 채 적군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짓밟고 포를 겨누게 된다. 적을 대면하지도 않은 채 학살할 수 있는 독가스가 하나하나 벌레를 잡고 잡초를 뽑는 노동을 대체한 농약이 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현대의 농업은 땅이나 작물, 혹은 타인과의 교감 없이 생산만을 목적으로 하고, 현대의 전쟁 또한 사람을 죽인다는 죄책감 없이,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이 민간인까지 학살한다.


정치는 어떻게 기아를 이용했나

20세기는 화려한 테크놀로지를 꽃피운 시대가 아니라 폭력에 물든 시대였다. 또한, 식민지를 해방하고 모두에게 선거권이 주어지는 등 민주주의가 정착한 시대라고 하지만, 사실 그 민주주의는 누군가를 배제한 민주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