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신화에 맞서는 어머니들
어머니는 페미니즘의 역사에서 상대적으로 홀대받아온 영역으로, 비교적 최근에야 ‘모성 연구/어머니 연구’(motherhood studies라는 독립적인 연구 분야가 자리 잡게 되었다. 어머니 연구의 관심은 섹슈얼리티의 문제부터 평화, 종교, 제도, 문학, 일, 대중문화, 보건, 돌봄, 인종, 종족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망라한다. 페미니즘은 ‘제도’로서의 모성과 ‘경험’으로서의 모성을 구분해 한편에서는 제도화된 모성의 신화를 해체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모성의 경험을 페미니즘적으로 전유하는 이중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두 작업은 서로 긴밀히 연결될 수밖에 없지만, 굳이 구분하자면 이 책은 후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시간적으로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21세기 현대까지, 공간적으로는 유럽과 미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시리아까지, 또 장르적으로는 그리스비극과 셰익스피어의 극, 근현대 소설과 시와 같은 본격문학에서 영화, TV 드라마, 만화, 뮤직비디오 같은 대중문화까지 아우르며 다양한 모성 경험을 해부한다. 이는 하나같이 가부장제하 모성의 이상 아래 고통받으면서도 그에 맞서 욕망하고 싸우는 어머니들의 “고통과 희열”을 보여주는 기록들이다. 로즈는 이 기록들을 통해 “어머니는 본성상 체제 전복적이며, 한번도 겉보기나 세상의 기대치와 일치했던 적이 없다”(30면는 점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모두 여자에게서 태어난 인간이다
로즈의 모성 연구의 또다른 특징은 모성의 신화를 요구하고 유지하는 사회 정치적 기제에 대한 분석보다 오히려 그 심연에 자리한 무의식적인 심리작용에 대한 탐색에 주안점을 둔다는 점이다. 그가 일관되게 지적하는 것은 우리 시대에 어머니는 공적·정치적 세계에서 배제된 존재라는 점이다. 그러나 어머니가 가정을 벗어나 공적 세계의 당당한 일원이 되어야 한다는 익숙한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모성에 대한 숭배와 혐오라는 우리의 이중적 태도가 단순히 평등이나 권리 회복으로 해결할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