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간에 부쳐: 기계비평 10년
초판 서문: 기계비평이라는 것, 그 낯설고도 특수한 담론
비평가의 항해 일지
너무 빠르다! 우리 시대의 속도에 대한 성찰
디젤기관차의 풍경
KTX의 속도미와 죽음감
추억의 비행기에서 기만의 테크놀로지까지: 항공기 이미지의 변천사
보이는 부산항과 보이지 않는 부산항
KLM 아카이브 조사 연구 일지
사진이 과학의 증거가 되는 불가사의한 정황
테크놀로지의 배신
에필로그: 기계기의 형성과 부침, 내가 기계비평가가 되기까지
참고 문헌
기계비평가 이영준의 약력
너무 때늦은, 혹은 너무 때 이른 기계비평의 출현
『기계비평』 초판 서문에서 이영준은 기계비평의 근거를 “기계인간의 출현”에서 찾는다.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기계와 떨어질 수 없는 기계인간, 물론 이런 인간은 출현한 지 오래다. 산속에서 홀로 살아가지 않는 이상, 현대인은 모두 기계를 자기 존재의 일부로 받아들인 기계인간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기계인간 출현 이후 기계비평이 등장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기계는 비평의 대상이 아니라 작동과 사용의 대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아주 쉽게 설명하면 KTX가 서울역에 도착한 다음의 상황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서울역에 도착하면 자신이 타고 온 열차의 구조와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도대체 어떤 힘과 장치가 자신을 부산에서 서울까지 2시간 만에 옮겨놨는지, 매일 그렇게 다녀도 탈이 없는 건지, 탈이 없다면 도대체 누가 어떤 일들을 하길래 그런 건지 전혀 관심이 없다. 재빨리 서울역을 빠져나와 노숙자들을 지나쳐 자기 갈 곳으로 가버릴 뿐이다. 기계비평의 관심은 다르다. 서울역에 도착한 KTX는 고양 행신 차량기지로 가는데 거기서 무슨 대접을 받는지, 어떤 식으로 검수(철도에서는 정비를 검수라고 부른다가 이루어지는지, 차량의 구조에 어떻게 손대는지 하는 것을 알고 싶어 한다. 즉 기계비평은 일반인이 관심 없는 기계의 속 구조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몇몇 어려움이 따른다. 일단 일반인은 KTX 차량기지에 들어갈 수 없을뿐더러, 들어간다 하더라도 복잡한 기계의 작동 원리와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기계비평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건 기계의 물리적, 화학적 메커니즘이 아닌 기계와 기계, 기계와 인간, 기계와 자연이 맞닿는 접면이다. “결국 기계는 인간적, 사회적이고, 인간과 사회도 기계적이기 때문에 기계비평은 오늘날 우리가 의지해서 살아가는 사물들과 그것의 시스템을 이해하려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계비평의 출현은 때늦은 감이 있다. 기계를 이해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