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새가 모래밭에 그림을 그리자 강물에서 물고기가 튀어 올랐다!
굽이굽이 강물이 흐르고 버드나무가 늘어선 작은 강마을에서 아기너구리가 물총새가 그린 그림을 보고 오해하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아기너구리의 오해란 글자 그대로 오비이락(烏飛梨落.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끼리 인과관계가 있다고 연결 지어 버린 것. 강가 모래밭에서 심심풀이로 낙서하던 물총새가 마침 강물에서 고기가 튀어 오르자 잡는 것을 보고, 물총새가 요술 그림을 그려서 고기를 잡는다고 착각한 것이다. 엄마 제삿날이라 제사상에 올릴 고기를 꼭 잡고 싶은 아기너구리는 요술 그림의 비법을 알아내려고 온종일 물총새를 쫓아다닌다. 사정을 알 리 없는 물총새는 강으로, 숲으로, 못으로 잠시도 쉬지 않고 날아다니는데…….
버드나무 늘어선 강가, 부들과 연꽃이 핀 못가 풍경이 아름답고, 아무것도 몰라 천연덕스러운 물총새와 안달복달하며 따라다니는 아기너구리의 표정이 실감난다. 아기너구리의 천진난만하고 엉뚱한 발상도 재미있지만, 그 이면에 담긴 가족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더욱 좋다. 책을 다 읽고 덮을 때쯤이면 오비이락 대신 지성감천(至誠感天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오랜만에 만나는 소박하고 따뜻한 그림책. 만 4세 이상 아이들에게 권한다.
아빠너구리와 단둘이 사는 아기너구리
아기너구리네 집은 강이 내려다보이는 산비탈에 있다. 물가엔 버드나무가 졸졸이 서 있고 강물은 비췻빛으로 반짝이는 곳. 이곳에서 아기너구리는 아빠와 단둘이 산다. 엄마는 돌아가신 지 벌써 두 해가 넘었다. 날마다 아빠너구리는 강에서 고기를 잡고, 아기너구리는 여기저기 쏘다니며 놀면서 아빠를 기다린다. 그런데 아빠너구리는 고기잡이 솜씨가 영 신통치 않다. 고기 한 마리 구경 못하고 허탕 치는 날도 많고. 그런 아빠가 부러워하는 건 고기잡이 명수인 물총새.
“아빠, 고기 많이 잡아 와요.”
오늘은 엄마 제삿날, 아빠는 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