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지 일이 잘 풀리더라니
가만히 있어
음모가 틀림없어
창씨개명과 반대 전단
가방 주인과 뻔뻔한 도둑
길들여진다는 것
살아남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
삶이라는 한 글자
거지였던 소년
뒤통수로 날아든 세상
낯선 발자국
어쩌면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을지도
이름을 잃는다는 것
이름을 훔친 소년
세 소년과 절름발이 노인
어디든, 어디든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
작가의 말
일제 강점기, 일본은 왜 우리에게 창씨개명을 강요했을까.
교과서에 묻혀 있던 역사의 한 조각이 젊은 작가의 눈으로 재조명되다!
이 책은 미조노 나오키가 쓴《창씨개명》에서 ‘1940년 6월, 경성의 거리에 창씨개명을 금하라는 전단이 사방으로 뿌려졌다.’는 구절에서 착안한 창작 역사소설이다. 이름을 바꾸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특히 역사 교과서에는 창씨개명을 일제의 ‘민족말살정책’ 중 하나라고만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 청소년들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 창씨개명을 해야만 했던 사람들도 지금의 우리와 같은 생각이었을까. 작가는 이 책의 주인공 용이와 기영이 형의 삶을 통해 1940년대로 돌아가 함께 그 문제를 고민해 보게 한다.
“형이 그런다고 눈곱만큼이라도 뭐가 달라질 것 같아?”
“그래도 나는 해, 용아. 그게 내가 결정한 삶이니까.”
용이는 청계천 거지 출신으로, 열일곱 살이지만 지독한 굶주림으로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며 살아남은 ‘용새끼’이다. ‘이름을 빼앗겨도 살지만 먹을 것을 빼앗기면 살아갈 수가 없다.’는 말을 온몸으로 터득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으면서까지 창씨개명을 반대하는 기영이 형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창씨개명을 하면 기영이 형이 헤어진 가족과 만날 수 없다는 것도, 징용 나간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면서 용이는 혼란스러워 한다. “이름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거야.”라고 했던 기영이 형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용이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제야 용이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삶. 바로 이 한 글자가 내 가슴을 짓눌렀다.
살아가고 있으되, 한 번도 내 것인 적이 없었던 이 한 글자를.
“내 삶이란 게 대체 뭔데요?”
이 책을 통틀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삶’이다. 작가는 용이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