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개발자 생활
시간을 벗어나다: 개발자 생활에 대한 고찰
응답하라, CQ
너무 간단한 프로그래밍: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것, 안다는 것, ‘쉽다’는 것에 대하여
Y2K에 질겁한 우리는 무엇이 두려웠을까
2부 인터넷 날다, 그리고 처음으로 고꾸라지다
나만의 미술관
광섬유에 잠 못 이루는 밤
고꾸라지다
떨어지는 칼날 잡기
3부 인공 생명
포스트휴먼 개발하기: 컴퓨터과학이 다시 정의하는 ‘생명’
고양이 세이디는 속임수일까?
기억장치와 메가바이트
로봇과의 만찬
4부 과거에 진 빚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내가 없는 동안
중앙처리장치에 다가가다
공동 회선
5부 코드를 짜는 손
수백만을 위한 프로그래밍
두 번째 호황: 작별
옮긴이의 말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라테
사용 허가와 감사의 말
나는 타인들의 대화를 엿들어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야 하는 꿈을 꾸곤 했다. 한번은 사랑을 나누는 두 사람을 프로그래밍해야 했다. 꿈에서 그 둘이 땀에 절어 뒹구는 동안 나는 자리에 앉아 쥐가 난 손으로 코드를 짰다. 두 사람은 서로를 부드럽게 애무하다가 격정적으로 뒹굴었고, 나는 그 사랑의 행위를 C라는 컴퓨터 언어로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해 절망했다.(13쪽
이 책의 첫 작품으로 수록된 「시간을 벗어나다Outside of Time」는 울먼이 1994년에 『하퍼스 메거진』에 첫 발표한 작품으로, 발표 당시 인터넷 문화에 심취한 이들의 열렬한 애호를 받았다. 개발자는 시간을 벗어나 생활하는 존재다. 코드에 버그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집중해야 하고, 그러려면 정신없이 달려가는 생각들을 멈춰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개발자가 된다는 것은 현실의 시곗바늘이 아니라 마음의 시곗바늘에 맞춰서 살아간다는 것이고, 일의 고됨과 별개로 자신만의 시간대를 산다는 것은 개발자로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 책은 ‘자신만의 마음속 시간대에 맞춰 사는’ 개발자가 쓰는 코드, 그리고 그 코드를 품고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자의 생활 면모를 반영하고 그러한 삶의 양식을 모두에게 퍼뜨린다고 지적한다. 인터넷에 자유자재로 접속이 가능한 곳에서 우리는 언제든 피자를 주문할 수 있고, 아무 데서나 호텔을 예약할 수 있고, 24시간 네트워크에 연결된 상태로 지낸다. 울먼은 이런 현대적 문화가 개발자들의 문화가 코드에 스며든 결과라고 본다. 또한 코드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는 스마트하고 자족적인 존재가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개발자들이 써온 코드로 겹겹이 쌓여 있으며 개발자들의 노고가 꾸준히 유지·보수하고 있는 것임을, 울먼은 어렵지도 심각하지도 않은 문체로 독자들 앞에 펼쳐 보인다.
인터넷 문화의 컬트 클래식
소프트웨어·인터넷·기계와 얽힌 삶을 탐구하다
세계적으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IT 업계를 다룬
매력적인 문화사이자 광범위한 인류학적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