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랑에 대한 그림책
아이는 할머니 댁을 떠나 일하는 엄마를 따라 도시로 왔습니다. 오랜 시간을 보낸 숲도, 옛 친구도, 뒤뜰의 토끼랑 닭도 없는 아파트 생활은 마냥 낯설기만 합니다. 그런 아이에게 다정하고 용감한 짝꿍이 생겼어요. 아이는 짝꿍 앞에서 용기 내어 노래를 불렀지만, 왜인지 선생님께 크게 혼이 나고 맙니다. 아이는 정말 잘못을 저지른 걸까요?
『첫사랑』은 유치원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분명 사랑이었으나 세상이 억지로 ‘우정’이라 이름 붙인, 잃어버린 시간과 감정에 대한 그림책이지요. 어린이의 동성애를 귀엽고 친근하면서도 애틋한 글 그림으로 담았습니다. 퀴어 성소수자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특별한 감정과 시간을 환기시켜 줄 책입니다.
우리에겐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
『첫사랑』은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드러내는 책이기도 합니다. 유치원 선생님은 서로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왜 소리를 질렀을까요? 그 후로 짝꿍은 이사를 떠났고 아이들은 더 이상 서로를 만날 수 없었어요. 안타깝게도 책 속 아이에게 “네게는 잘못이 없어.” “사랑은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 주는 어른들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원인 모를 죄책감에 시달릴 때 혐오를 혐오라고, 차별을 차별이라고 말해 줄 페미니스트 선생님들이 필요합니다. 그런 편견 없는 어른들, 모든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선생님들이 함께 읽어 주셨으면 하는 책입니다.
‘사랑의 도시’로부터 온 선물
『첫사랑』은 출판사 음직씨가 첫 번째로 펴낸 퀴어 그림책입니다. 어린이책과 어른이책 두 개의 에디션으로 동시에 펴냈습니다. 첫사랑 출간 프로젝트는 한 장의 편지로부터 시작되었어요. 슬로베니아 시인이자 LGBT 문학 에디터인 브라네 모제티치 작가가 움직씨로 출간 제안이 담긴 편지를 보내면서 한국어 번역이 시작되었지요. 첫사랑의 배경이 된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라냐는 슬라브어로 ‘L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