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작은 존재들, 그리고 공존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송가
“나는 그곳에 없어.”
그림은 떠나보내는 고양이들의 축제를 보여주지만 글은 떠나는 고양이의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밤새 이어진 행렬 끝에 따듯한 배웅을 받으며 그들의 별로 돌아가는 고양이가 남은 이들에게 남긴 다정한 편지예요. ‘나는 아침을 가르는 새의 날갯짓, 가을날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빛, 저 달의 뒷면, 오래된 나무, 나뭇잎 흔드는 수천 개의 바람, 새벽하늘 총총한 별빛’이라고, 그러니 나는 그곳에 없지만 슬퍼하지 말라고. 우리를 다독이며 읊조리는 작고 담담한 음성이 내 안에서 점점 커져 담대하게 울려옵니다.
“나는 어디에나 있어.”
그사이 남은 몫의 여행을 마쳐야 할 고양이들은 다시 길 위로 돌아왔네요. 작가가 마지막 장면에 숨겨놓은 그림처럼 그들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살아가겠죠. 하나의 골목에서 시작해 하나의 별로 나아갔다가 다시 골목으로 돌아오는 동안, 질문 하나도 우리 곁에 놓여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 작고도 큰 존재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까.
“오늘도 길을 걷습니다. 공기는 익숙하고 발걸음은 경쾌합니다. 그러다 문득 발을 딛고 서 있는 땅을 생각합니다. 땅 위를 걸어간 수많은 발을 생각합니다. 사람들, 작은 아이들, 사람이 아닌 네 발들, 날개 달린 두 발들… 그렇게 많은 발들 중에 걸음을 멈춘 어떤 발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랍니다. 같이 바람을 맞으며 제 길을 경쾌하게 걷는 날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오기를.”
-‘작가의 말’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안내자 무루가 추천하는
2010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신현아 작가의 그림책
이 책은 2010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던 신현아 작가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작업해 2014년 독립출판물로 내놓았던 작품집을 새롭게 출간한 것입니다. 고양이가 아홉 번의 삶을 살 듯 이 책도 또 한 번의 삶을 살게 된 것이겠죠.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에세이로 화제를 모은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