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의 본질과 기원
인종차별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편견, 즉 단순한 의식의 문제일까? 인종차별은 어디서 비롯했을까? 오래된 인간 본성일까? 노예제도와 식민지 시대의 유물이 살아남아 있는 것일까?
짐바브웨 출신의 세계적 마르크스주의 석학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1993년에 쓴 이 현대의 고전에서 인종차별이 단순히 의식이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체계적 불평등을 낳는 차별이자 천대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또 인종차별이 오래된 인간 본성이 아니라 현대적 현상이라고 단언한다. “인종차별 탓에 노예제도가 생겨난 것이 아니라 노예제도의 결과물로서 인종차별이 태어난 것이다.” 오늘날에도 인종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오늘날의 자본주의에도 인종차별을 낳는 물질적 조건은 계속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의 통찰: 인종차별을 낳는 물질적 조건
그러면 이 “물질적 조건”은 무엇일까? 캘리니코스는 카를 마르크스가 남긴 문헌들을 연구해 인종차별에 대한 마르크스 자신의 유물론적 분석을 복원한다. 마르크스가 파악한 인종차별의 존재 조건 3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자들 사이의 경제적 경쟁. 둘째, 인종차별 이데올로기가 백인 노동자에게 미치는 호소력. 셋째, 인종에 따른 노동자 분열을 조장하고 유지하려는 자본가계급의 노력. 인종차별은 “자본주의의 산물”이고 “자본주의가 유지되는 데 기여”하며 “자본가계급에게 유익한 일”이다.
백인 노동자가 인종차별로 물질적 이득을 얻는가?
캘리니코스는 마르크스주의와 흑인 민족주의 사이의 중요한 논쟁점도 다룬다. 즉, 백인 노동자가 인종차별로 물질적 이득을 얻느냐는 질문이다. 캘리니코스는 이를 규명하기 위해 노동귀족 이론, 부등가 교환 이론, 마르크스의 착취 이론을 살펴볼 뿐 아니라 (미국 사회에 적용한 실증적 분석도 내놓는다. 그 결과를 보면 “인종차별이 백인 노동자의 이익에 어긋난다는 사실, 그 이익을 물질적 이익으로 아주 협소하게 보더라도 그렇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사실은 인종차별이 자본주의의 유지에 일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