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1 고뇌에서 움트는 희망
나혜석-나는 인형이었네, 그네의 노리개였네
구본웅-붉은 눈빛에 담은 식민지 지식인의 억눌린 내면
남 관-나는 두 번의 전쟁을, 숱한 죽음을 보았다
이쾌대-해방의 기쁨을 쏟아내고, 역사의 아픔에 묻히다
이중섭-나는 한국이 낳은 정직한 화공이라오
윤형근-굴곡진 시대를 겪으며 추구한 삶의 성찰
손상기-삭막한 도시, 하지만 희망은 있다
2 사무치는 사랑, 그리운 가족
배운성-옹기종기 모인 대가족, 애틋한 그리움을 채우다
김환기-그리운 이의 눈동자 같은 점을 모아서
최영림-가족과 헤어진 화가가 그린 전쟁의 비극
장욱진-까치 아빠의 고독과 성찰, 안식처는 가족
이성자-지구 반대편 향해 그리움으로 놓은 다리
김흥수-기인 화가를 가장 잘 이해한 이, 그의 아내
3 이 땅, 이곳의 사람들
오지호-초겨울 햇살의 따사로움까지 담은 청명한 그림
이인성-핏빛 붉은 땅, 살아남아 그날을 기다리리
박수근-그림으로 그린 인간의 선함, 진실함
전혁림-하늘을 끌어놓은 듯 푸른 남해, 정겨운 항구
변월룡-고려인 화가가 그린 고국의 봄
박고석-전쟁 속에서도 놓지 않은 삶에 대한 의지
변시지-처연한 바람에 휩싸인 누렇고 검은 제주
4 자연의 아름다움, 그 생명력
도상봉-지친 마음을 보듬는 싱그럽고 온화한 꽃다발
윤중식-그렇게 시간은, 빛은 층층이 내려앉는다
유영국-산은 내 앞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
이대원-풍요와 행복을 품은 생동감 넘치는 산
김종학-자유롭게 어울려 살 부비며 함께 사는 자연
5 전통에서 벼려낸 새로움
이상범-일상의 자연, 대가가 사랑한 한국의 풍경
변관식-반골 화가가 그려낸, 꿈틀대며 치솟은 바위
이응노-통일과 화합을 염원하는 흥겨운 군무
권영우-찢긴 한지에 스민 젊은 날의 아픈 초상
서세옥-화폭 가득, 붓 지난 자리마다 펼쳐지는 춤사위
6 끝없는 미의 추구
곽인식-물성 탐구의 효시,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
한국 근현대미술의 아프고 치열했던 발자취
본격적으로 서양미술이 들어온 지 백여 년, 한국 근현대미술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출간되었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화가들을 비롯해 오지호, 변관식, 김창열, 이우환, 이승조 등 각자의 영역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미술가 37인의 삶과 작품을 담았다. 그들의 삶은 순탄치 않았고, 드라마틱했다. 전쟁과 독재, 가난 탓에 다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고난을 겪어야 했고,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먹고살기도 힘든 와중에 떠난 유학 생활 중 생계를 유지하려 막노동을 한 이들도 있다. 하지만 모두들 아무리 힘들어도 그림 그리기를,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길 멈추지 않았다. 숨 막히는 식민지배 하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붓을 놀렸고, 총탄이 날아드는 피난길에도 스케치북을 들고 다녔다.
그림이 영원히 사라지고 말거나, 혹은 사라질 뻔한 위기를 넘긴 경우도 많다. 나혜석과 구본웅의 그림은 상당수가 전쟁의 와중에 불타 사라졌다. 이중섭의 그림은 친구 박고석의 집에서 불쏘시개로 사라진 것도 여럿이다. 월북화가 이쾌대의 그림은 남쪽에 남은 부인이 다락방에 꽁꽁 감추어둔 덕에 엄혹한 시절을 견뎌내고 다시 빛을 볼 수 있었고,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른 시기인 1940년 전후에 완전 추상을 이룬 유영국의 초기작들은 망실된 지 반세기가 지난 뒤에야 딸 유리지와의 협업으로 재제작되어 비로소 세상에 소개될 수 있었다. 어려운 시절을 견뎌낸, 말 그대로 ‘살아남은’ 그림들이 책에 실려 독자들에게 소개된다.
그림, 시대와 인생을 담다
그림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꼭 그 배경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예술은 시대의 거울이 되기 마련이다. 화가의 삶, 그리고 그림에 얽힌 사연을 알고 나면 감동은 배가 된다. 그렇다면 일제의 식민지배, 해방 이후 겪은 분단과 한국전쟁, 독재와 그에 맞선 투쟁, 급속한 근대문물의 유입과 산업화까지. 이 모두를 불과 한 세기에 겪은 우리 근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