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심연에 대한 심오한 통찰이 빛나는
가장 셰익스피어다운 작품
<리어 왕.맥베스>는 셰익스피어가 집중적으로 비극을 쓰던 시기(1600~1610에 나온 것으로, 그의 작가적 기량과 원숙한 시선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1590년경 런던에 있는 극단에 처음으로 진출한 뒤 주로 희극 작품을 써 온 셰익스피어는 1600년대로 접어들면서<햄릿>, <리어 왕>, <오셀로>, <맥베스> 같은 어둡고 묵직한 극을 잇달아 내놓았다.
셰익스피어의 많은 작품이 그렇듯이 이들 작품 역시 여러 원전에서 소재와 모티브를 빌려 왔다. <리어 왕>은 1590년대에 공연되고 1605년에 출판된 <레어 왕(King Leir>에서 상당 부분 빌려 왔고, <맥베스>의 원전으로는 홀린셰드(Holinshed의 <연대기>가 중요하게 지목된다. 셰익스피어는 기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풍성한 상징과 은유, 풍자적이고 서정적 언어로 야심, 고뇌, 갈등, 절망, 복수, 질투, 죽음 등으로 뒤척이는 인생의 어두운 뒤안길을 극적으로 그렸다. 각 작품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브리튼의 리어 왕에게는 고너릴, 리건, 코딜리아라는 세 딸이 있다. 늙은 리어 왕은 딸들이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시험해 본 뒤 그에 준하여 영토와 실권을 나누어 주고 그 자신은 딸들에게 몸을 의탁하기로 한다. 가식적이고 욕심이 많은 고너릴과 리건은 아첨과 거짓으로 왕의 호감을 얻는 반면, 진실하고 솔직한 코딜리아는 어느 누구보다도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아첨을 거부한다. 딸들의 진실을 꿰뚫어보지 못한 리어 왕은 결국 코딜리아를 무일푼으로 프랑스 왕에게 시집보내 버린다.
그러나 고너릴과 리건에게 돌아가면서 머물기로 한 리어 왕의 계획은 두 딸의 냉대와 배신으로 말미암아 허사가 되고 만다. 결국 폭풍우 치는 광야로 내몰리게 된 리어 왕은 광증에 빠지고 만다. 평생 세상의 진실을 똑바로 보지 못했던 리어 왕은 미쳐 가면서 비로소 자신의 잘못뿐만 아니라 사회 제도의 부당함, 헐벗은 자들의 고단한 처지 등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