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 한곳에서 열린 환송파티와 추모모임
열일곱 살 난 소녀 제스가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기 전날, 조부모를 비롯한 가족이 제스의 집에 모인다. 그날은 환송연을 여는 날이자 공교롭게도 제스의 현재 나이인 열일곱에 죽은 오빠 대니의 기일이었다. 먼 데로 떠나는 자를 환송하는 잔치와 먼 데로 이미 떠난 자를 추모하는 모임이 뒤섞인 셈이다. 제스의 가족은 대니를 추억하면서, 동시에 제스의 장도(壯途를 축하하면서, 제스에게 선물 하나씩을 한다. 다름 아닌 자신의 사랑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것이다.
소설로 보여주는 가족과 사랑에 대한 진실
제스네 가족 이야기는 이렇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가톨릭과 개신교 부모 몰래 결혼을 해야 했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백마 탄 왕자를 꿈꾸었지만 결국은 성실한 사랑을 선택했던 할머니, 토요일 맥주파티에서 만났던 예쁜 아가씨에게 마음을 온통 빼앗겼던 제스의 아버지와 그를 열렬하게 좋아했던 루씨의 어긋난 사랑,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던 오빠 대니와 함께 보낸 이승에서의 짧은 시간, 비둘기 길들이기를 통해 서로 마음을 열어가고 가까워졌던 존 오빠와 아버지,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 속에 갇혀 사는 할아버지의 친구, 겉모습만 거인이었던 마음 여린 길버트 할아버지, 그리고 디스코장에서 만난 멋진 남자와 잠시 사랑에 빠졌던 제스. 시대와 상황만 조금씩 다를 뿐 우리 주위에서 흔히 듣고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들이다. 이 보편적인 이야기가 벌리 도허티의 따뜻한 문체에 실려 때로는 슬프게, 또 때로는 환하게 다가옴으로써 감동을 자아낸다.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이란……
이 보편적이면서도 가슴 시린 사연, 가령 첫 데이트의 설렘, 예쁜 딸을 둔 부모의 마음, 공평하지 못한 짝사랑의 서글픔과 그 사랑을 보낼 때의 속상함,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슬픔, 그 아픈 기억의 극복 과정 같은 것들은 우리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적어도 몇 번씩은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이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는 어른이 되는데, 작품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