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리가 알던 기지촌 여성이란 것이 얼마나 고정되고 허구적인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죽비 소리다. 양공주, 성매매 여성, 국가 폭력의 피해자, 노인 여성, 그리고 개성을 가진 존엄한 인간이라는 다면성(多面性의 어느 하나도 구석에 밀쳐놓지 않는다. _양현아(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사에 박제된 자의 호소가 아니라 사랑과 이별, 고통과 자유가 스민 살아 있는 개인의 육성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_임민욱(설치미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양공주, 민족의 딸, 국가 폭력 피해자를 넘어서
2020년 5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씨는 30년간 참석해 왔던 수요집회 불참을 선언한다. 일본군 ‘위안부’ 운동의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 무엇보다 운동을 함께해 온 단체가 피해자들을 이용했다는 판단에 따른 공적 고발이었다. 한국 사회는 발칵 뒤집어졌다. 운동의 존폐가 거론될 정도였다. 일각에서는 이용수 씨의 폭로가 지금까지 쌓아 온 운동의 성과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요컨대 피해 당사자이자 시민이 다른 방식의 일본군 ‘위안부’ 운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으나,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보다 이러한 목소리가 외부에 어떻게 보일지부터 의식하는 정파적 사고에 기인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피해자는 주로 피해자로서의 경험과 요구에 대해서만 발언하는 프레임에 익숙한 한국 사회의 민낯이었다.
비슷한 현상은 ‘미군 위안부’로 불리는 ‘기지촌 여성’에게도 반복되고 있다. 해방 이후 주한 미군을 대상으로 조성된 기지촌에서 성매매를 했던 이 여성들은 국가가 주도한 성매매 산업의 일원이자 피해자였다. 미군과의 우호를 위해, 외화벌이를 위해 기지촌 여성들이 필요했던 정부는 이들을 조직적으로 통제-관리하며 ‘산업역군’으로 치켜세웠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기지촌 여성들을 ‘양공주’ ‘민족의 수치’라 부르며 차별하고 멸시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반미 운동 진영이 미군 병사에게 살해된 기지촌 여성 윤금이 씨에게 선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