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한국학연구소에서 약 1년 6개월의 공백을 깨고 다시 우리 앞에 동아시아한국학연구총서를 내 놓았다. 동아시아를 두루 아울러 살핀 이번 열아홉번째 총서의 발행이 반갑다.
가까우면서 먼 나라:한국, 중국, 일본
‘가까우면서 먼 나라’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 관계를 이보다 더 잘 나타내주는 말은 없을 것이다.
세 나라 수도 사이의 거리는 서울과 동경 1,155킬로미터, 서울과 북경 957킬로미터, 동경과 북경 2,104킬로미터로, 세 나라 수도와 미국과의 거리(서울-워싱턴 11,168킬로미터, 동경-워싱턴 10,978킬로미터, 북경-워싱턴 11,170킬로미터에 비하면 턱없이 가까운 거리다. 워싱턴과 로스앤젤레스 간의 거리가 4,299킬로미터, 상하이와 신장 간의 거리가 3,919킬로미터인 것을 생각하면, 세 나라는 사실상 같은 나라의 서로 다른 도시로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 나라가 가까운 것은 거리만이 아니다.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서로 가까운 것이 세 나라다. 자본주의 산업화의 궤적도 너무 유사하다.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본격적인 자본주의 산업화를 시작한 일본의 1인당 GDP는 1868년에는 자본주의 산업화의 선봉자인 영국(3,037불의 24%에 지나지 않았으나 100년이 지난 1979년에는 영국을 따라 잡았다. 1960년대 초반 본격적인 산업화에 돌입한 한국의 1인당 GDP는 1963년에는 영국(9,149불의 14%에 지나지 않았으나 반세기가 지난 2008년에는 83%까지 추격해갔다. 1978년 개방개혁을 계기로 본격적인 산업화에 돌입한 중국의 1인당 GDP는 1979년에는 영국(13,617불의 8%에 지나지 않았으나 30년 지난 2008년에는 28%까지 추격해 갔다. 이처럼 세 나라는 서구가 300년에 걸쳐 이룩한 고도산업화를 반세기에서 한 세기라는 짧은 기간 동안의 고속성장을 통해 서구 따라잡기에 성공한, 세계사에서 찾아보기 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