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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임신중단에 대한 권리 : 비합리는 헌법재판소에서 시작된다 - 오봄문고 2
저자 박이대승
출판사 오월의봄
출판일 2020-10-12
정가 11,000원
ISBN 9791190422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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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7

1. 태아는 인간인가? 태아는 생명권의 주체인가? 15
2. 논쟁의 표준: 로 대 웨이드 판결 20
3. 헌법재판소 결정문 읽기 25
4. 헌법불합치 vs 단순위헌 36
5. 민주주의의 인간과 비인간: 동물과 태아 42
6. 비인간도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54
7. 태아는 생명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70
8. 생명과 생명권의 혼동: 태아는 생명권의 주체이기도, 아니기도 하다 78
9. 자기결정권과 선별적 임신중단: 누가 임신중단의 사유를 묻는가? 86
10. 재생산의 권리들: 권리 언어의 형식 100
11. 표준 논변에 대한 첫 번째 반론: 태아 생명의 가치 105
12. 표준 논변에 대한 두 번째 반론: 태아의 독자적 생존능력 114

? 마치며: 가능한 입장들 120

주 127 / 찾아보기 131 / 추천의 말 134
“생명”과 “생명권”조차 구분하지 않은 헌법재판소 판결

“임신중단에 관한 논쟁에서 결정적인 것은 태아의 생명이 아니라, 생명권이라는 문제다.” (17쪽

“법적 인간이 아닌데, 어떻게 생명권을 가질 수 있는가?” (18쪽

임신중단에 대한 권리와 태아의 생명권을 동시에 인정하는 것이 왜 불가능한지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우선 “생명”과 “생명권”부터 제대로 구분해야 한다. 이 둘의 구분이야말로 임신중단에 관한 논쟁의 핵심을 이룬다. 이는 곧 “태아는 인간인가?”라는 질문과 “태아는 생명권의 주체인가?”라는 질문을 요구한다. 놀랍게도 2019년 낙태죄 폐지 논쟁에서는 이 두 가지 질문이 전혀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이 질문을 올바르게 제기하기 위해서는 “인간 개념”부터 정의해야 한다. “인간”은 다양한 학문 영역 혹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인간”을 각기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 하지만 낙태죄와 임신중단을 둘러싼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 개념의 이런 다양성이 아니라, “현대 민주주의 체제가 법적 인간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이다. “임신중단을 둘러싼 혼란 대부분은 법적 인간과 생물학적 인간, 혹은 법적 인간과 종교적 인간을 혼동하는 데서 발생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떤 존재가 법적 인간이 될 수 있느냐다. 그 답은 분명하다. “자신의 지성을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로서, 자유롭다는 바로 그 사실에 의해 자기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존재만이” 온전한 의미에서 법적 인간의 조건을 충족하며 나아가 법적 권리의 주체로 정의될 수 있다. 근대 정치체제와 법체계가 태아를 법적 인간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건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의 민법·형법 역시 마찬가지로 태아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여기까지 이르면, 이제 태아가 생명권의 주체인지 아닌지는 너무나 명확해진다. 적어도 “법적 인간”의 정의에 기초한다면, (어떤 존재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생명권, 즉 권리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 동물과 식물이 살아 있지만 생명권의 주체가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