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살 청년 도현은 대학을 졸업한 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포기하고 고향인 남도의 소도시로 돌아왔다. 혼자 지내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 가는 도현의 유일한 희망은 고향 집을 팔고 자유로워지는 것. 그의 고향인 영달동은 저렴한 월세에 발목이 잡힌 노인들과 날품팔이 노동자들, 미래를 빼앗긴 청년들이 두더지처럼 살아가는 퇴색한 동네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도현의 눈에 새로 문을 연 미술관이 들어온다. 영달동 미술관. 도시의 동쪽에 신시가지가 조성된 뒤로 거의 모든 상가가 떠나 버려서 황량해진 마을에 오랜만에 찾아온 문화 공간이다. 밤늦게까지, 아니 밤에만 간간이 문을 여는 미술관에서 도현은 도슨트 남자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고흐와 뒤피, 마코프스키, 시시킨, 베르메르, 브뤼헐의 그림을 접하며, 자신의 현재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고 어릴 적 자신을 키워 준 동네에 대한 애정을 서서히 회복한다. 그리고 도현은 초등학교 동창이자 주민 센터 직원인 정현과 주민들이 함께 김장을 담그는 행사를 주최한다.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친 뒤 자신에게 찾아온 심정의 변화가 모두 미술관 덕분이었다고 말하는 도현에게 정현은 너무나 놀라운 이야기를 한다.
“이 동네에 미술관 같은 건 없어. 적어도 내가 주민 센터에서 일한 지난 사 년 동안은 없었어.”
이후 영달동 미술관과 도슨트 남자, 위대한 화가와 명화들 그리고 영달동의 상처 입은 영혼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미스터리하고도 감동적인 드라마가 이어진다. 영달동 미술관은 실재하는 곳일까, 아니면 지치고 외로운 사람들이 만들어 낸 환상일까? 미술관을 지키는 도슨트 남자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기이하고 미스터리하면서도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
한밤중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은은한 불빛을 발하고 있는 미술관을 발견한다. 흔하디흔한 카페 하나 없는 허름한 동네에 갑자기 나타난 영달동 미술관! 전시된 그림들은 관람객이 가진 내면의 풍경을 투영한다. 관람객은 그림을 통해 벌거벗은 자신과 마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