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비해산(Non-Marine 패류 연구의 집대성이자 기준점
비해산성 패류는 바다에서 사는 해산성 패류와 구별하여 뭍, 민물 그리고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기수역에서 사는 연체동물 무리를 말한다. 허파로 호흡하는 종류는 모두 비해산성 연체동물로 분류되어 바닷가 바위에 붙어 사는 삿갓조개류도 여기에 포함된다. 비해산 패류는 바다가 아닌 다양한 서식 환경에 적응해 진화했고, 크기가 작으며 형태적으로 구분이 쉽지 않은 종들이 많아 연구하기 까다로운 분야로 정평이 나 있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 학자들로부터 시작된 한국산 비해산 패류 연구의 역사는 100년을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문헌 기록만 있고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종들이 많은 이유다.
저자들은 지난 수십 년 간 비해산 패류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전국의 산과 계곡, 하천과 호수, 바닷가와 섬, 동굴을 누비며 조사와 연구에 매진하여 문헌 기록 속의 주인공들을 찾아내어 담은 이 책은 현재까지의 한국산 비해산 패류 연구의 집대성이자 기준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종들은 저자와 함께 후학이 풀어가야 할 숙제다.
우리나라에만 사는 고유종이 많아
비해산 패류는 해산 패류와 비교해 종수는 적으나 특정한 지역이나 수계에서만 사는 고유종이 많다. 울릉도 특산종인 울릉도달팽이, 홍도가 모식 산지인 참달팽이, 거제도 바닷가의 숲에서 발견되는 거제외줄달팽이, 물살이 빠른 계곡 상류에서 사는 염주알다슬기. 이들은 모두 우리나라 특산종이면서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또 충북 단양의 노동동굴에서 발견된 노동굴고둥처럼 석회암 지대의 일부 동굴이나 지하수에서 살아가는 희귀종도 있다. 뭇 생명들의 가치를 따지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우리 땅에서만 살아가는 생명이라면 더욱 관심을 쏟고 보호에도 신경 써야하지 않을까?
최근의 생물분류 체계를 반영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근래에 들어 과거의 전통적인 분류 방법에 DNA 염기서열을 근간으로 하는 새로운 분류 도구가 접목되어 생물분류학에 일대 혁신이 일어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