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과 시련, 혁명의 꿈
에스파냐 현대사는 혁명과 쿠데타, 내전과 공화국 선포, 왕정복고를 거듭하며 새로운 사회 건설을 둘러싸고 공화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 아나키즘 세력이 협력하고 대립하는 역동적인 흐름을 보였다. 20세기가 시작되면서 혁명적 생디칼리슴과 결합되어 창설된 노동자연대가 1910년에 전국노동연합(CNT, 전노련으로 발전하면서 그 후 30년 동안 전성기가 펼쳐진다. 물론 그 규모나 지리적 분포가 일정하지 않았고 굴곡도 있었다. 전노련이 1920년 말 이후에는 다시 쇠퇴하기 시작하여 프리모 데 리베라 독재 정권 아래에서는 그 존속 자체가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1931년에 공화국 출범과 더불어 다시 살아났고 에스파냐 정치 문화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특히 내전 시기에 시도한 혁명은 아나키즘 운동의 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에스파냐 아나키스트들은 8시간 노동제, 어린이와 여성 노동 보호, 도급제 노동 금지를 줄기차게 요구하며 평등 사회를 앞당기는 기초를 다지고자 했다. 내전 중에도 노동자평의회을 통한 자주관리, 농업집단 운영을 통해 평등한 공동체 실험을 펼쳤다. 전선에 투입된 민병대의 세계를 묘사하는 대목은 위계와 규율을 생명으로 하는 군사 조직에서도 자신들이 주창해 온 자유와 평등의 이념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민병대 체제의 핵심은 장교와 사병 간의 사회적 평등이었다. 장군에서부터 사병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똑같은 보수를 받았고 똑같은 음식을 먹었으며 똑같은 옷을 입었고 완전한 평등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생활하였다. 사단을 지휘하는 장군의 등을 툭 치며 담배 한 대 달라고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무방했다.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계급 명칭도, 계급장도, 뒤꿈치를 소리 나게 붙이며 경례를 하는 일도 없었다.”
에스파냐 내전은 흔히 ‘이념의 각축장’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념의 각축은 내전의 배경이라 할 수 있는 공화정 아래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당시 에스파냐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