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 005
1장 혼자도 안녕합니다
자리 있나요ㆍ 혼자입니다만 ㆍ 013
‘개취’입니다, ‘존중’해주세요 ㆍ 025
‘나’를 위한 변명 ㆍ 037
덕질의 시대 ㆍ 048
여럿의 이름으로 ㆍ 060
2장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탕진잼을 위한 서시 ㆍ 075
편의점 인간 ㆍ 087
투명한 집 ㆍ 099
어른이 된다는 것 ㆍ 110
마음의 지식, 지식의 마음 ㆍ 121
3장 타인의 시선과 반응에 민감한 이유
조금은 다른 여행 ㆍ 135
먹방의 끝은 없을지도 ㆍ 146
반사의 반사 ㆍ 158
인성 게임 ㆍ 170
호모無노동 ㆍ 182
4장 랜선 혹은 라이프
아무래도 인간은 곤란합니다 ㆍ 195
인증하라, 한 번도 인정받지 못한 것처럼 ㆍ 207
딱 거기까지만 ㆍ 218
일상의 라이브 ㆍ 229
현실 로그아웃 ㆍ 241
참고문헌 ㆍ 253
‘개취’입니다, ‘존중’해주세요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은 영업의 특성상 매일 고객을 만난다. 고객들 중에는 주인공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이도 있고, 무례하게 구는 이도 있다. 하루 종일 고객을 방문하고 여러 업무에 시달리는 주인공은 경건한 의식을 치르듯 ‘혼밥의 시간’을 갖는다. 타인을 위해 하루하루를 사는 주인공이지만, 밥을 먹는 순간만큼은 철저히 혼자의 것으로 간직하고 싶은 것이다.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환경에서 밥을 먹는 순간만큼은 고독 속에서 나다움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을 찾는 대신 우리는 혼밥을 통해 먹는다는 본능의 욕구를 따름으로써 나 자신의 감각을 일깨운다.
‘그래, 이제부터는 혼자 즐기는 거야.’ 이렇게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보는 눈이 신경 쓰일 때가 있다. ‘왜, 밥을 같이 먹을 사람도 없어?’, ‘혹시 사람들과 잘 못 어울리는 거 아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질문의 산을 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산은 무신경의 땅 위에 무관용의 자양분을 먹고 서 있는 경우가 많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은 따돌림을 받거나 사회생활의 실패로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정말 혼자이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2017년 페이스북에 개설된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약 1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살 만한 세상을 위해’ 만들어진 이 커뮤니티는 오이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핀잔을 듣거나 오이를 빼고 음식을 주문할 수 없었던 경험을 공유한다. 이 커뮤니티 내에서 넘쳐나는 공감은 음식 취향을 드러낼 수 없었던 사례가 어쩌면 오이에만 국한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제2의, 제3의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생겨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오이’가 있다고 가정해보면 어떨까? 즉,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