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서문 ― “괜찮아요, 분노하세요” | 릴리 댄시거
13 분노로 가득 찬 허파 | 레슬리 제이미슨
34 흑인 여성에게 허락된 한 가지 감정 | 모네 파트리스 토머스
46 내 몸은 분노라는 이름의 병 | 리사 마리 베실
62 레벨 걸 | 멀리사 피보스
80 우리가 화날 때 우는 이유 | 머리사 코블
89 트랜스여성의 분노에 관하여 | 서맨사 리들
101 매수되지 않고 휘둘리지 않는 | 이벳 디온
113 죄책감 | 에린 카
127 행그리한 여성들 | 로언 히사요 뷰캐넌
138 귀신 이야기, 내 이야기 | 리오스 데라루스
149 춤추는 소녀 | 니나 세인트피어
163 내 이름과 내 목소리 | 리마 자만
175 물려받은 분노 | 머리사 시걸
187 미뤄 둔 분노 | 다니 보스
198 “이건 기초 수학이라고” | 메러디스 탤루선
207 무슬림의 빛깔 | 섀힌 파샤
221 분노의 가마로부터 | 리사 팩토라보셔스
234 영혼을 지우는 범죄 | 셰릴 링
246 살얼음판 위에서 자란 여성들에게 | 민다 허니
261 이제 두려움을 위한 자리는 없다 | 메건 스틸스트라
273 나 자신과 함께하는 전쟁 | 키아 브라운
282 이제 어떻게 할까? | 애니 피츠패트릭
298 옮긴이의 글 ― 세라 크루라면 어떻게 했을까 | 송섬별
307 한국어판 발문 ― 들으라, 분노한 여자들이 말한다 | 이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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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요, 분노하세요”
릴리 댄시거는 서문에서 “작가들이 책장마다 분노를 토해 내도록 ‘괜찮아요, 분노하세요’ 하고 부추기는 것이 편집 과정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말한다. 분노에 관해 쓰면서도 처음에는 작가들이 분노하는 대상에 대해 거리를 유지한 채 실제로 느끼는 감정을 표출하지 않으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분노는 여성의 영역이 아니라고 가르쳐 온 가부장제의 원대한 거짓말을 드러내 보이는 데서부터 여성 작가들의 분노 쓰기가 시작된다.
가부장제가 여성의 분노를 잘못 진단하였기에, 나는 여성의 분노 역시 남성의 분노와 유사한 뿌리를 가졌으리라 생각하며 나의 분노를 믿지 않아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평생 동안 내가 느낀 분노의 이유는 내가 아는 남자들의 분노와는 달랐다. 나는 끊임없이 타인을 이해하고 집단의 조화에 헌신하는 양육자로 길러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내 남편은 다른 남성들이 그렇듯 독립적인 존재로 길러졌으며 지위, 권력, 부라는 형태의 개인적인 이득을 좇으라는 교육을 받았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에고와 영토가 위협받을 때 분노한다.
나의 분노는 불의가 존재함을 알린다. 반면 그의 분노는 모욕받았을 때 솟구친다. 세상이 여성의 정신을 받들어 만들어졌더라면 전쟁마저도 윤리적으로 치러졌으리라.(리마 자만, 「내 이름과 내 목소리」 중에서
이들 작가는 사회 속에서 억눌리고 뒤틀린 자신의 분노를 되짚어 보고 그 분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표출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성의 분노가 변혁의 시금석임을 암시한다. 릴리 댄시거가 이 책을 초대장이라고 한 것은 단순히 다른 여성의 사적인 분노를 구경하라는 뜻이 아니라, 그들이 헤쳐 보인 진실 속에서 여성으로서의 자신과 자신의 분노를 이해하고 방향을 잡는 일을 함께 해 나가자는 뜻이다. 목소리 잃은 분노에 시달려 온 모든 여성을 향한 깊은 긍정과 강렬한 문학적 카타르시스를 품은 이 책에는 어떤 평가도 없다. 『불태워라』는 가부장제가 재단해 온 여성성이 가진 여러 얼굴과 고통을 이해하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