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를 바른 서까래와 슬레이트 천장, 널판재로 만든 나무대문, 후미진 곳의 연탄더미, 비료포대, 가마니 멍석, 농기구, 녹슨 자전거, 삼태기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오브제들로부터 공유되는 특정한 기억을 복제하여 교감하는 것이 가능할지는 아직 의문이다. 시각적 전달 매체를 통하여 전달할 수 있는 의미와 사유를 표현하고자 했고 거기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기 바랄뿐이다.
가시적 영역이 재현된 『대문 안 풍경』은 가옥에 거주했던 거주인의 흔적을 추적한다. 실제적인 삶의 자취와 남겨진 사물들의 흔적을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이야기는 과거이지만 미래이기도 하다. 그곳에 존재했던 사람들의 부재를 통해 시간을 재현한 이유이며 언젠가 사라질 대상에 대한 경배인 것이다.
그러나 가옥과 사물의 풍경은 폐기되는 것이 아니다. 기억과 흔적 그리고 시간이 중첩된 의미의 공간으로 새로운 사유를 『대문 안 풍경』은 오히려 확장시키기도 한다. 대부분 한국전쟁 이후 건축된 가옥들은 오랫동안 보수되지 않았다. 삐딱하게 기울어진 대문과 문틀을 통해 세월의 굴레가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나는 이번 작업을 통해 그들의 영화와 곤궁함을 아울러 프레임으로 불러들이고자 했다.
- 지은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