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영이와 엄마를 이어 주는 ‘사랑’이라는 끈
혼자 남겨진 미영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말없이 떠난 엄마가 야속하고 미영이의 처지가 애잔하여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다. 엄마를 기다리면서도 ‘엄마 따윈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미영이의 반어적인 표현에는 그만큼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해 어서 엄마가 나타나 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그렇지만 남의 집에 갈 때 처음 입었던 옷이 작아질 만큼 미영이는 자랐지만 엄마에겐 아직 소식이 없다. 그렇게 세월의 흐름에 순응할 때쯤 엄마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미영이는 반가움보다는 오히려 무덤덤한 마음으로 엄마를 따라나선다. 하지만 차갑고 단단한 엄마 손을 잡는 순간, 엄마한테 설거지 냄새가 난다는 걸 알았다. 그제야 미영이는 엄마가 자신을 버린 게 아니라 자신을 맞을 준비를 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이제 엄마를 따라나서는 미영이의 발걸음은 한층 가벼워졌다. 그들을 기다리는 세상이 녹록하지 않겠지만 엄마에게 버림받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미영이는 이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얻을 것이다.
■ 간결함으로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흑백 그림과 여백의 미
전미화 작가는 군더더기 없는 텍스트에 많은 장식과 색채를 배제한 간결하고 단정한 흑백 그림을 통해 전하고자 메시지를 한층 부각시키고 있다. 주인공 미영이가 처한 상황에 독자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그래서 그 뒤에 감추어진 미영이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혼자 남겨져 방에 우두커니 앉아 엄마를 기다리는 미영이를 표현할 때는 미영이를 멀리 두고 여백을 통해 아이의 두려움과 쓸쓸함을 표현했고, 좋을 것이 하나도 없어 웃지 않는 미영이를 두고 누군가 수군댈 때는 미영이를 클로즈업해서 그 내면의 심리를 그대로 전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