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적 가부장, 꼰대 의사가 환자에게 귀를 기울이기까지: 임신중지 시술 남성 의사
오드는 친구의 추천으로 의사이며 작가인 마크 조프란(필명 마르탱 뱅클레르의 책을 읽었다. 그는 1970년대부터 임신중지 시술을 하고, 페미니즘 운동에 함께하고 있었다. 오드는 마크를 직접 만나고 그의 이야기를 책의 후반부에 싣기로 한다.
마크 조프란은 한 병원의 일반의로 근무하던 중, 임신중지를 원하는 환자를 만나게 된다. 임신중지 시술 경험이 없던 마크는 산부인과 전문의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이를 계기로 본인도 임신중지 시술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환자를 사무적으로 대하고 가부장적으로 가르치려 들었다. 그는 이 지경이 되도록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은 환자들이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임신중지를 경험하고 시술에 함께해온 간호사 이본의 충고를 받게 된다. 마크는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과 자신이 아무런 공통점이 없고, 자신이 그들의 복잡한 내면을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이해하고 싶다면, 듣고 믿어야” 한다는 이본의 말을 기억하고, 자신이 여성을 구해야 한다는 욕망에서 벗어나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남성 의사인 마크 조프란의 목소리와 시선은 오드 메르미오의 것과 함께 상호 보완을 이룬다.
임신중지 여성이 내는 목소리
낙태죄 논쟁에 있어 종교와 윤리, 과학과 법률적 논리들이 쉴 새 없이 충돌하고 다양한 주장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여기서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그동안 가려져 있던 임신중지 여성의 목소리일 것이다. 임신중지를 결심하거나 시술을 받은 여성은 두려움과 공포에 빠지게 되고,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함으로써 극심한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임신중지 시술을 마치고 나서도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죄책감의 무게에 시달리며, 때로는 ‘낙태죄’로 인해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나의 임신중지 이야기》는 임신중지 여성이 겪는 복잡한 내면과 설명하기 힘든 심리변화가 그려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