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쟤는 닭도 아니고 오리도 아니고 소도 아니잖아. 하마는 농장에 어울리지 않아.”
새로 이사한 농장이 마음에 쏙 든 하마 베로니카는 어서 농장 친구들과 친해지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하마를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농장 동물들은 불쑥 나타난 덩치 큰 하마를 낯설어하며 내심 두려워한다. 베로니카가 위험한 동물이 아니며 자신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도 동물들은 여전히 베로니카의 일거수일투족을 트집 잡으며 못마땅하게 여긴다. 이런 동물들의 모습은 낯선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심리와도 닮아 있다.
농장 생활을 잔뜩 기대하던 베로니카는 농장 동물들의 차가운 태도에 크게 상처 받고 앓아눕는다. 뒤늦게 베로니카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된 동물들은 드디어 베로니카에게 조금씩 다다가기 시작한다. 동물들은 처음엔 문틈으로 몰래 베로니카를 살펴보다가 점차 창문과 고양이 구멍을 통해 베로니카 곁으로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간다. 베로니카를 일컬을 때에도 “그 애” 혹은 “저 애” 하는 대신 이름을 부르고, 통 먹지를 못하는 베로니카에게 자기 몫의 먹이를 나누어주기도 한다. 작가는 이렇게 동물들이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낯선 친구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누군가의 가르침이나 도움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들 스스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의 흐름은 아이들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작가의 믿음을 보여준다.
마침내 기운을 차린 베로니카가 집 밖으로 나오자 동물들은 ‘돼지도 한입에 꿀꺽할 것처럼 커다란’ 베로니카의 입이 사실은 아주 예쁜 미소를 짓는 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와 다른 것은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종의 동물들이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친구가 되는 이 이야기는 다소 독특한 면을 가진 친구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한다.
■ 단순하고 강렬한 동시에 섬세하고 세련된 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