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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새로운 어린이가 온다 : 교사와 학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시대 어린이의 발견
저자 이재복
출판사 출판놀이
출판일 2020-11-13
정가 15,000원
ISBN 9791197207907
수량
시작하며 6
1장 디지털 시대 아이들은 이미지 언어로 소통한다 11
2장 아이들에게 불안의식을 강요하는 부정적인어머니상 뒤집어보기 35
3장 이중구속에 갇히지 않는 어린이 시인,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
-잔혹 동시가 던진 질문 71
4장 가부장의 일방적인 권위를 깨는 어린이 캐릭터들 103
5장 욕망의 차이를 인정하는 현대 동화 캐릭터들이 가진긍정의 힘 125
6장 SF·판타지 시대를 여는 어린 사이보그 앨리스들 149
7장 세상은 기호와 코드의 숲으로 덮여 있다
-민담 읽기의 실제 183
8장 권정생과 북한의 아동문학 203
나오며 220
책 속에서

17쪽
디지털 기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미지는 너무나 강렬하다. 좀 비유적으로 말하면 아이들의 오감을 꼼짝 못하게 사로잡아버린다고 봐도 좋겠다. 여기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어릴수록 디지털 기기에서 나오는 다량의 이미지 기호 요소들은 아이들의 인지구조를 완전히 장악해 버려 일상생활의 평범한 사물 이미지들에는 무관심하거나 무감각한 아이들로 만들 위험성이 있다. 강력한 자극에 길들여진 아이는 섬세하고 미세한 수많은 존재들이 내는 소리와 색의 떨림들을 이해하고, 감각이 같이 반응하며 공명하기가 쉽지 않게 되는 것이다.

20쪽
가장 안타까운 일은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시도 때도 없이 디지털 영상물을 보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너무 일찍 디지털 이미지의 세례를 받을 때 생기는 인지구조의 문제는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54쪽
엄마의 일방적인 헌신은 아이가 주체가 되는 걸 방해한다. 보통 가족주의 안에 갇힌 부모들이 이걸 망각한다. 아이에게 엄마는 애착과 분리의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이중의 대상이다. 그야말로 사랑과 애착의 대상이면서, 영원히 저 엄마에게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공포와 불안의 대상이기도 한 것이다.

78쪽
아이는 이때 진퇴양난에 빠진다. 엄마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메타메시지를 통해서 느꼈는데 자꾸만 널 사랑한다고 강요하듯 다가오니 이걸 내칠 수도 없고 고민하다가, 그래도 엄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엄마의 가장된 감정을 받아들여 준다. 이런 강요된 관계가 되풀이되는 과정에서 아이는 아주 심각한 한 가지 상황에 빠지게 된다. 만약에 아이가 ‘엄마는 지금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잖아.’ 하고 위장된 감정의 영역을 건드린다면 엄마는 금방 아이에게 벌을 주거나, 다른 이유를 대서 ‘그건 니가 착각하는 거야. 너는 지금 잘못 판단하고 있어.’ 하면서 아이를 회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