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독자에게
책을 내면서
들어가는 말
01 나무: 식물 지능적이라는 말에 대하여
02 문어: 진정한 천재는 증명하지 않는 법
03 범고래: 난 킬러였던 적이 없어
04 집게벌레: 귓속으로 들어오는 건 사양할게
05 나비: 두세 마리의 쐐기벌레는 견뎌야지
06 갈매기: 하필 내 결혼식날 찾아온 그 녀석
07 말벌: 어쩌면 세상을 구할지도 몰라
08 좀벌레: 나의 우주를 조심히 닫아주길
09 도마뱀붙이: 내일이 없는 것처럼 달리는 친구
10 파리: 다리 끝으로도 맛보는 미식가
11 바다거북: 내 눈물은 그런 게 아니야
12 영장류: 툭하면 침 뱉지만 사랑스러운
13 곰: 오래된 숲 모든 곳에 살았던 지배자
14 잠자리: 전쟁을 거부한 화살
15 악어: 다시는 귀찮게 하지 않을게
16 반딧불이: 빛으로 노래하는 곤충
17 개미: 아무도 낙오되지 않을 것이다
나가는 말
감사의 말
“범고래는 과연 바다의 무법자일까?”
단 하루라도 닥터 두리틀이 되고 싶었던 생물학자가
들려주는 이름이 억울한 동물들 이야기
범고래에게는 흔히 무서운 수식어가 붙는다. ‘잔인한’, ‘바다의 조폭’, ‘살인마’ … 공식 이름도 무시무시하긴 마찬가지다. 범고래는 영어로 ‘killer whale’이다. 뜻은 ‘살인 고래’. 학명 ‘Orcinus orca’는 ‘지하 세계 바다 괴물’이라는 뜻이다. 호랑이를 뜻하는 ‘범’이 붙은 우리말 이름은 점잖은 축에 속할 정도다. 그들의 이름은 그들이 환영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범고래는 바다에서 사람을 공격한 적이 거의 없다. 2010년 미국에서 공연 도중 조련사를 공격해 숨지게 한 일이 있었지만, 이는 인간에게 학대당한 범고래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일어난 일이었다. 본래 그들은 야생에서 엄격한 사회 집단을 이루고 연대하며 살아간다. 최상위 포식자이지만 생존이 아닌 목적으로 다른 생명체를 죽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범고래 포비아’는 어디서 시작된 걸까?
이 책은 이름도 큰 몫을 한다고 본다. 인간의 무신경한 작명이 편견을 만들고 대물림하며, 결국 그들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또 있다. 말벌의 스페인어 이름 ‘avispa’는 ‘공격적이고 성미가 급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해를 끼치지 않을뿐더러 침도 없다는 점, 식물이 열매 맺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이름에 묻혀버린다. 책에서 그려진 스페인 사회의 ‘말벌 편집증’은 한국의 풍경과도 비슷하다. 단지 머리색이 같다는 이유로 ’네오팔파 도널드트럼피‘이라는 이름이 붙은 한 나방의 안타까운 사연도 빠질 수 없다.
“이들을 발견한 사람은 나방의 머리에 있는 노란색 비늘을 보고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불편한 인물의 노란 머리를 떠올리며 그런 이름을 붙였다. 작고 불행한 나방이 그런 독특한 머리 모양을 한 게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만일 그 나방이 자기 이름의 뜻을 안다면, 분명 그렇게